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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Jul 09. 2024

커피와 인생을 이야기하다

내 사랑 에스프레소 & 아메리카노


엔제부턴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필수 코스가 돼버렸다.

메뉴도 무엇이 이렇게 많은지?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카페모카...


가끔씩 카페에서 어떤 것을 마실지 메뉴 선택을 할 때면, 나의 사랑 아메리카노를 잠시 뒤로 하고 지인들과 같은 메뉴로   “그래. 나도 라테!”

카멜브라운색 가운데 하얀색 하트는 너무 예뻐서 마시기 조차 미안한 라테아트의 매력에 빠진다.

머그잔 속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부드러운 조합.

따스하고 도톰한 도자기가 내 입술에 첫 입 맞춤을 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라테와 두 번. 세 번... 긴 입맞춤을 한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난 10분도 안 돼  내 사랑을 그리워한다.

아메리카노와의 입 맞춤이 그립다.

미안해! 내가 널 두고...’




내게 행복한 시간 중 하나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한 과정 중 난 서너 번의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다. 커피 문외한으로 내 맘대로 커피다.


일주일 동안 마실 양의 생두를 로스팅한다.

케냐. 예가체프...

로스팅하는 동안 집안 가득 채우는 커피 향은 첫 번째 행복이다. 어떤 날은 신기하게도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날 때도 있다.


로스팅한 원두는 마실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 분쇄를 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수동으로 분쇄를 했지만, 내 손목도 나이를 점점 먹어가니 자꾸 힘들다고 징징거린다. 그래서 3년 전 전동 분쇄기를 선물해 줬다. 버튼만 누르면 되니 손목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분쇄하는 동안의 커피 향은 마실 때 보다 더 좋다. 분쇄된 입자들이 나의 후각을 매료시키는 두 번째 행복이다.


드립커피도 좋아하지만 모카포트를 주로 이용한다. 우리 몸에는 종이필터를 통해 미분이나 그 밖의 불순물이 여과되는 드립커피가 더 좋다고 하지만, 난 모카포트를 애용하는 이유가 있다. 드립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가지만 마실 수 있다.?(커피 문외한이라...)

난, 모카포트에서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이용해 에스프레소도 마시고, 아메리카노도 마시는 일석이조의 행복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물론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라테다.

모카포트에서 증기의 힘에 의해 포트 상부에 올라온 커피가 수증기를 타고 세 번째 행복을 전하러 온다.


난 모카포트 상부용기에 올라온 커피를 머그컵에 10mL 정도만 따라서 마신다. 

딱 한 모금의  에스프레소다.

익모초 같이 엄청 쓰다.

5초 후면 내 입안의 쓴맛은 사라지고 입안 가득 은은한 커피의 잔향이 머문다. 쓴 커피의 짧은 시간을 지나 내입 안 가득 은은한 커피 향은 네 번째 행복이다.

입 안은 붉은 노을이 산등성이로 넘어간 뒤 옅은 오렌지빛이나 옅은 핑크 빛 같이 은은한 하늘 같다.


남은 에스프레소를 머그컵에 따르고 뜨거운 물을 조르르 따르면 나의 최종 목표 아메리카와의 만남이다.

이제 앉아서 커피를 즐길 시간이다.

어쩌면 아메리카노를 만날 때까지의 과정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집은 이제 카페고, 난 카페의 종업원이 아닌 손님이다.

커피에 음악이 빠질 수는 없지!

(사실, 음악은 이미 흐르고 있었지만, 로스팅 소리에. 분쇄 소리에.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느라 제대로 못 들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후각이 먼저 커피 향을 마신다.

따스하고 도톰한 도자기와의 입맞춤.

내게 행복을 전하러 온 아메리카노의 첫 입맞춤은 조금은 쓰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이미 에스프레소의 강렬한 입맞춤(쓴맛)을 마친 나의 입술은 아메리카노의 입맞춤에 놀라지 않는다.


‘아~ 좋다’




언제부터 원두커피를 마셨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난 이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거창하게도 인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커피가 인생과 참 닮았구나!’


모카커피, 라테, 카푸치노, 카러멜마끼아또...

이런 커피들은 마시는 순간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다. 문제는 마신뒤 입안의 텁텁함으로 난 카페화장실에서 물양치를 하거나 물을 많이 마신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는 마실 땐 쓰지만, 마시다 보면 쓴 것도 모른 채 그 쓴 맛과 깔끔함의 매력에 빠진다.

무엇보다 다 마신뒤 내 입안을 불편하게 하지 않아서 좋다.


‘넌, 참 우리 인생과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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