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라슨의 유작이 전하는 뜨거운 사랑과 연대의 노래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12월이 시작되자 매서운 한파가 단골 손님처럼 도시를 얼리는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난방을 틀지 않은 얼음장처럼 추운 방 안의 공기를 마시면서, 겨울이 완연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가깝게 느낍니다. 이런 혹독한 계절 속에서, 저는 서로의 존재를 뜨겁게 사랑하고, 자신들의 생명의 존재 이유를 기록하고 전한 90년대 미국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뮤지컬 <틱틱붐>을 만든 조너선 라슨(Jonathan Larson)의 유작이자 대표작인 뮤지컬 <렌트>입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그가 <렌트>의 초연을 불과 하루 앞두고 대동맥 박리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이른 죽음은 작품에 담긴 '삶의 유한성'과 '사랑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2000년 초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렌트>는 2025년 11월 9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신시컴퍼니가 제작하여 다시 상연될 예정입니다.
뮤지컬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19세기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라보엠>처럼, <렌트>는 1990년대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로저와 마크, 로저의 연인 미미, 콜린스, 엔젤, 모린, 조앤 등 젊은 예술가이자 다양한 소수자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년간의 삶을 다룹니다.
당시 뉴욕은 AIDS가 확산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지역에 외부 자본이 유입되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들이 내쫓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렌트>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가난, 질병, 사회적 편견에 맞서면서도 '지금 여기'를 살아가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인 성소수자와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사회 보장, 그리고 공동체 연대와 돌봄 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렌트>는 모던 오페라적 요소가 가미된 록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장점을 매우 잘 살린 작품입니다. 오페라적 집단 합창과 레치타티보적 내러티브(이야기를 설명하듯 부르는 창법)를 현대적인 록 사운드로 재구성하여, 무대에서의 '감정적 즉시성'과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객석에 선사합니다. 이는 배우들의 대사 속에 복합적으로 섞인 감정들이 음악으로 폭발하며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음악적 매력을 잘 보여주는 넘버가 바로 1막의 'Rent'입니다. 이들은 거침없이 'Rent(집세)'를 외치며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건물주에 저항하고, 빈곤과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들의 삶과 예술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폭발적인 록 사운드에 담아냅니다. 라이브 록 밴드 연주는 '콘서트-연극'의 현장감과 극의 역동성을 구현하며, 조명의 조도와 공간 분리는 인물들의 감정의 상승과 하강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합니다.
<렌트>는 극의 플롯과 무대 연출에서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극 중 장면은 에피소드적으로 구성되어 즉물적으로 이어지며, 영화적 몽타주 기법처럼 시간 압축을 연극적으로 구현합니다. 이로 인해 극의 화자인 '마크'가 카메라로 이들의 1년 간의 삶을 기록하는 시선과 관객의 시선이 동일하게 움직여, 관객들은 마치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자'이자 '증명하는 자'가 된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1막의 마지막 넘버인 "La Vie Bohème" 등은 '관객 참여형 넘버'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배우들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소통하고 함께 노래하며 공연의 축제적인 결속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관객들이 단순히 '관람객'이 아니라, '렌트'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에 합류하여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연극적 장치입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낡은 건물, 황량한 거리, 계단 등을 재현하는 소극장적인 무대 디자인은 관객들에게 '장소감'을 강력하게 창출하며, 무대와 '동시대적 현실'의 접점을 감각적으로 제공합니다.
<렌트>는 수많은 사회 문제와 편견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인간 본연의 가치, 바로 '사랑'과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상징적인 넘버 "Seasons of Love"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1년이라는 시간(52만 5600분)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돈이나 성공, 고통이 아닌 '사랑으로' 측정하자고 답합니다. 사랑하는 순간들, 웃음과 눈물,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텨내는 모든 순간이 삶의 진정한 의미가 된다는 것입니다.
<렌트> 속 인물들은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서 서로의 삶이 어떻게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타인인 그들이 연대 안에서 어떻게 공동체 윤리와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관을 조화시키며 그들의 '존재 방식'을 수용하고 사랑을 인지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뮤지컬 <렌트>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뮤지컬 <렌트>를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사랑'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당신의 '52만 5600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