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자의 일기
리서치(Research) 관련 강의나 세미나를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리서치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 학생들에게만 중요한가요?”
정답은 단호하게, 아니다.
리서치는 단순한 과제나 논문 작성 기술이 아니다.
‘Re-search’, 즉 다시 찾고, 다시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며,
실제 환경에서 적용해보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적인 문제 해결 사이클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은 STEM 분야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모든 학문과 산업에서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서치는 ‘기술경영(Tech Management)’의 형태로 매우 활발하게 활용된다.
기업의 성장은 단순히 마케팅이나 재무 전략으로만 가능하지 않다.
오늘날 경영자는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리더로서 대화를 시작할 수조차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위권 대학의 비즈니스 계열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STEM 기반의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EC(비교과 활동)와 에세이를 강력히 추천한다.
단순한 숫자 계산이 아닌, 기술과 인문을 아우르는 통찰력이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의 필수 덕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포장재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리서치하고, 지속가능성과 소비자 반응을 분석한 뒤, 마케팅 전략을 설계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리서치를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또한,
“AI 기반 고객 추천 시스템이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리서치 프로젝트”는 STEM과 비즈니스가 연결되는 지점에서의 대표적 탐구 주제다.
이처럼 기술을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경영자가 되는 것이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에게 요구되는 기본 소양이다.
리버럴 아츠는 폭넓은 인문지식과 교양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다.
철학, 정치, 역사, 문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 융합적 사고야말로
문제 발견과 정의, 그리고 해결을 위한 본질적 접근을 가능하게 만든다.
즉, 리버럴 아츠야말로 리서치의 본질적 가치가 깃든 전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작업.
그 모든 과정은 결국 ‘탐구’이고 ‘리서치’다.
예를 들어,
“AI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철학적·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한 탐구,
“근대 여성 문학 속 젠더 인식의 변화”에 대한 리서치,
“전쟁 이후의 문화 트라우마가 세대 간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한 조사 프로젝트 등은
모두 리버럴 아츠 학생들이 다룰 수 있는 깊이 있는 리서치 주제들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단순한 독서 감상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새로운 인식을 제안하는 리서치로 확장된다.
모든 전공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학생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는 가장 진정한 방법이 바로 리서치 경험이다.
리서치는 단순한 논문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태도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능력은 모든 학문, 모든 산업, 모든 사회가 갈망하는 역량이다.
아이의 전공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리서치는 모든 학생의 지적 여정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리서치를 통해 학생은
지식 소비자에서 가치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대학은 그 아이를 '합격'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싶은 인재’로 인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