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자의 일기
학부모 세미나 중 랩온어스쿨의 STEM 교육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몇몇 기독교 중심의 국제학교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저희는 창조론을 가르치고 있는데, STEM 교육과 충돌하지는 않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담긴 진심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기에 내가 했던 대답을 글의 형태로 남기고자 한다.
내가 운영하는 랩온어스쿨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신념과 세계관을 존중하는 교육 법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신앙을 바꾸거나 논박하려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리서치 교육은 신앙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리서치는 세계관을 부정하거나 흔드는 과정이 아니다.
리서치는 탐구하는 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생각을 구조화하는 훈련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무엇이 변수일까?”
“어떤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것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훈련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탐구를 분리해서 다룰 수 있는 힘,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창조론은 ‘세상이 왜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려는 믿음의 프레임이고,
리서치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훈련하는 방법의 프레임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더 깊은 이해로 이끌 수 있다.
랩온어스쿨은 바로 그 지점을 교육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논리적으로 질문하고, 실험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리서치 교육이다.
STEM 교육은 창조론을 대체하려는 교육이 아니다.
STEM 리서치는 탐구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며,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지혜롭게 풀어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아이들에게 믿음을 지킬 수 있는 근육을 주는 것이 신앙 교육이라면,
우리는 그 믿음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고 검증해 나갈 수 있는 지성의 근육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두 가지는 절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의 내면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서로 다른 두 날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