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자의 일기
'교양'이라는 단어는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한때 교양은 고전을 읽고, 시를 감상하며,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양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며, 과학적 방법론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교양이다.
리서치 교육은 이러한 현대적 교양의 핵심이다. 단순히 STEM 교육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인간의 탐구 본능을 훈련시키는 구조적 교육이다. 특히 청소년기 리서치 경험은 '지적인 교양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고전과 철학이 사고의 뼈대를 만든다면, 리서치는 사고의 근육을 만든다.
예를 들어 보자. E군은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왕조 이름과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왕조는 이토록 오래 유지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집착했다. 그는 역사 책뿐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자료까지 찾아보며 조선의 장기 존속 비결을 분석했고, 이 과정을 통해 사고가 깊어졌다. 이는 단순히 역사를 잘 아는 학생을 넘어, 학제 간 사고가 가능한 교양인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 다른 예로 F양은 미술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왜 이 시대의 화가들은 이런 스타일을 택했을까?", "색채 선택은 시대 정신을 어떻게 반영할까?"라는 질문을 품었다. 이를 탐구하기 위해 철학, 심리학, 사회사 자료까지 공부했고, 결국 학교 발표에서 미술의 시대성과 인간 심리에 관한 작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 경험은 그녀가 예술을 단지 '재능'으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 교양적 탐구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리서치는 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단일 학문이 아닌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탐색 과정에서 아이는 사고의 연결성을 배운다. 문학 작품에서 발견한 인물의 감정이 생물학의 뇌과학 이론과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런 확장은 단순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 사이의 '맥락'을 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리서치는 사회적 감각을 키운다. 예컨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실험, 환경 보호 프로젝트, 공공 정책 모의 토론 같은 활동은 개인의 호기심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제를 이해하고 고민하는 힘을 길러준다. 교양은 단순히 개인의 품격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리서치는 보여준다.
21세기의 교양이란, 결국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질문, 탐구, 리서치가 있다. 따라서 리서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현대 교양인의 필수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