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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학교를 창업'하려 하는가?

어느 교육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학자로서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삶

나는 학자로 살아왔다.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고, 학문에 몰입하는 삶.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연구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

그 경험은 내 삶의 방향을 바꿨다. 연구보다 더 본질적인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건 바로 '다음 세대에게 탐구의 힘을 물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에서는 이게 쉽지 않았다. 커리큘럼은 너무 고정되어 있었고, 리서치 교육은 변두리 활동처럼 취급되었다. 진짜 문제해결력을 키우기에는 시스템이 너무 낡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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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온어스쿨의 의미

그래서 결심했다. 학교를 창업하자.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질문하고 실패할 수 있는 '연구소 같은 학교', 세상을 실험하는 '랩(Lab)' 같은 학교를 만들자. 이름은 그래서 '랩온어스쿨(Lab-on-a-School)'이라고 붙였다. 아이들의 삶 속에, 학교 안에, 실험실을 가져다 놓고 싶었다.

창업이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람을 모으고,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철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무슨 질문을 가지고 있니?" 그 질문 하나로 교육이 시작되고, 아이의 인생이 변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학교를 창업하고 있다.


연구자가 되어보는 경험

이런 결심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더욱 절실해졌다. 예를 들어, 내가 멘토링했던 한 고등학생은 과학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그 흥미를 발전시킬 구조가 없었다. 그 학생은 '도시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식물 성장률이 달라질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과학 교과는 그 질문을 품을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실험 설계를 했고, 그는 직접 서울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를 모으고, 간단한 플랜터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이 처음으로 '연구자'가 되어봤다는 경험을 나눠주었다. 이 아이의 변화는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공간만 있어도, 그들은 놀라운 성장을 이룬다.

또한, 랩온어스쿨을 통해 만난 국제학교 학생들 중 일부는 이미 대학 수준의 인사이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그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무대'였다. 나는 그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 무대는 교실이어도 되고, 온라인이거나 실험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가 '주체'가 되는 교육이다.


학교를 창업하자

그래서 나는 학교를 창업하고 싶다. 그 교육의 이름은 '랩온어스쿨(Lab-on-a-School)'이다. 학교를 실험실로 만들겠다는 의지이자, 교육을 다시 실험하겠다는 선언이다. 학자로서의 내가 가졌던 질문과 교육자로서의 고민, 그리고 창업가로서의 결심이 모두 녹아 있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이는 철학이고, 사명이자,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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