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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 결국 제품이다. 단, 그 소비자는 '미래' 다.

어느 교육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교육은 제품이다.

교육은 다른 사업과 다르다.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수업을 듣는 학생이 그 가치를 실감하는 것은 5년 뒤, 10년 뒤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육의 '진짜 고객'은 지금의 부모가 아니라, 미래의 아이 자신이다. 그래서 교육은 제품이다. 단지 지금 당장의 만족이 아니라, 미래의 삶에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면 교육은 어떤 제품이 되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직접 참여하고, 선택하며,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한 제품. 즉, 교육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리서치 교육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탐색하며, 교사는 그 여정을 설계하고 함께 걷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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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 제품의 특징

좋은 교육 제품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첫째, 사용자 중심이다. 아이의 수준, 관심사, 몰입도에 맞춰 디자인되어야 한다. 둘째, 성장의 여지를 남긴다.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가 생겨야 한다. 셋째,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의미를 둔다. 오늘 결과가 안 나와도, 그 과정에서 배운 태도가 미래를 바꾼다.

나는 교육 창업자이자 시스템 설계자다. 내가 만드는 '제품'은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아이가 질문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협업하고, 실험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났다면, 나는 그 교육이 성공적인 제품이었다고 믿는다.


이 제품이 성공할때는?

실제로 나는 한 여자 중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그녀는 처음에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급식 잔반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면서부터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실제로 급식실에 나가 잔반량을 측정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도출해보았다. 그 결과로 간단한 캠페인 설계안과 포스터를 만들었고, 이 프로젝트는 그녀의 자존감과 주체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었다. 결과도 물론 좋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녀가 “이 문제를 진짜로 바꾸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순간이었다. 이건 교육 제품이 만들어낸 ‘감정의 변화’였다.

또 다른 예로, K군은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우리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교실 구조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함께 탐색했고, 그는 실제 학교 교실의 조도와 온도를 측정하며 CAD 툴로 구조를 설계했다. 나중에 이 프로젝트는 수상으로 이어졌지만, 더 의미 있었던 것은 그가 이후 자발적으로 다른 주제를 스스로 탐색해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교육은 그에게 '다음 탐색의 동기'라는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아이가 몰입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 나는 그런 구조를 설계하고 있고, 그것이 교육 창업자로서의 나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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