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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녀는 시간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나요?

어느 교육자의 일기

by 김박사의 생각들

시간의 소유권

교육 양극화는 단지 '정보의 격차' 때문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강의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여전히 교육은 불평등할까? 답은 ‘시간의 소유권’에 있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관심 있는 활동에 몰입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여유가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는 시간이 곧 생존과 연결된다. 학원, 과외, 성적 중심의 압박이 아이의 시간을 모두 잡아먹는다. 그 결과, 진짜로 탐구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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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실제로 내가 만난 A군은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지만, 학원과 과외 스케줄이 하루 종일 빼곡하게 짜여 있었다. 그에게 “너는 어떤 문제에 흥미를 느껴?”라고 물었을 때 그는 멈칫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간은 온전히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배분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같은 또래의 B양은 성적은 평균 수준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방과후에 자율 프로젝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학교 옥상에서 미세먼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변 환경과의 상관관계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발적으로 동아리 친구들과 발표회를 열기도 했고, 이 경험은 그녀의 자소서에서 강력한 서사로 작용했다. 그녀는 말한다.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양극화의 가능성

리서치 교육은 시간의 교육이다.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찾고, 실패하고, 다시 돌아오는 그 과정이 곧 배움이다. 이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학원식 교육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리서치 교육은 양극화를 더 벌릴 수도 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학교안의 리서치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학교 안에 리서치를 넣어야 한다. 아이들의 일상 속에 질문과 탐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랩온어스쿨에서는 최소 주 1회의 리서치 타임을 정식 커리큘럼으로 편성한다. 수업이 아닌, 자기 질문에서 출발한 활동이기 때문에 모든 아이가 탐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탐구는 특정한 몇 명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누려야 할 학습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시간을 분배하는 구조이고, 시간의 구조가 곧 사고의 기회를 결정한다. 교육의 양극화는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의 구조’를 누구에게 허락하는가의 문제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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