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예요? 달걀이 먼저예요?

It's up to you

by RECO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

그는 현대백화점 정문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정문 앞을 지나는 버스 안에 타고 있었다. 지금은 살도 빠지고 결혼도 했고 입지도 생겼지만 꽤 오래 전인 그때만 해도 그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파마머리를 하고 자신의 '배'를 한 움큼 잡아 과일 '배'를 만들어 보이던 신인개그맨이었다. 양배추, 조세호 씨 얘기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유퀴즈에서 유재석의 '자, 어떻습니까'라는 반복되는 멘트에 치여 몇 마디

하지 못하지만 게스트의 얘기를 턱을 괴고 듣는 그의 옆모습은 한때는 날것으로써의 자세인 간절함이 묻어있다.


그는 명품사랑으로 유명한데 그 배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방송국에서 찾아주지도 않고 일도 없을 때 옷까지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게 싫었어요. 더 초라해질 것 같았거든요" "옷이라도 깔끔하게 입고 다니면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말쑥하다 못해 럭셔리한 의상을 걸친 그의 모습에 방송가에선 "뭐야 요즘 잘 나가나 봐?" "명품만 입고 다니던데?"라는 말들이 새어 나왔고 급기야 아버지가 대기업 고위간부라더라 원래 재력가 집안이었다더라 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옷을 사 입고 이미지를 먼저 만들기로 한 그의 계획이 왠지 마음에 든다. 손해볼까 두려워하며 골대앞을 주춤되고 '하면 된다' 보다 '되면 한다'에 안정감을 느끼는 얇은 점막의 간덩어리에 질렸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제임스 윌리엄은 어떤 자질을 원한다면 '이미 그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라고 (act as if)라고 말했다. 조세호씨의 얘기와 상통한듯 하다. 쇼미 더머니 5에서(2016년)에서 랩퍼 비외이는 Day Day라는 곡을 불렀는데 멜로디와 랩도 훌륭하지만 가사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그의 가사에도 위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인 마냥굴어/주인공이니깐/넌 왜 아니라고 생각해/너도 마찬가지란 말이야/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움직여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안 뵈는 것의 증거니까/ 니 머리가 아닌 영혼이 가는 대로가'


초라함을 감추기 위한 전략으로 시작된 그의 명품사랑은 그의 이미지를 바뀌었고 그 이미지는 실제로 그의 것이 되었다. 이제는 그의 소원대로 방송에서 자주 찾는 인물이 되었고 주변에서는 명품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등 '명품조세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궁금할때가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먼저랄 것도 첫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처럼 어느 쪽 이어도 좋다. 키스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마음은 내면에 있고 그곳은 혼자만 알고있다. 마음밭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목해보자. 무엇인가가 흙을 밀어올리며 움틀거리고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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