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의 옷
SNS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성공의 비결은 도전과 실패에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실패는 고통스럽고,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이란 나를 더 강하게 할지도 모른다.
도전이라는 말은 멋지지만 애플워치처럼 누구나 장착할 수 있는 장비는 아니다.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이길수 있는 방법은 없는것일까.
나는 최근에 생각했다. 왜 과감하지 못할까. 무엇이 두려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금전적 손해 때문이다. 손해는 끔찍하다. 가족의 목숨도 빼앗는다. 만약 손해없이 한번 해볼수 있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이 금전적 희생과 함께 온다면 우리는 손사래를 치고 돌부처처럼 돌아 앉을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면 본전은 보유되기에 할 수 있다. 자본주의로 작동되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우리를 본전에 길들여왔기 때문이다. 돈의 보유력이 '너의 아이덴티'라고 오래전부터 세뇌했기 때문이다. 있는 것마저 잃게 된다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단계로 굴러 떨어질 게 뻔한데 어찌 도전하라고만 하는가. 도전해야 자본주의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플래카드는 도전이 댓가를 끌고 오는조건에선 외면받는다.
문득 몇 년 전 논픽션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서 본 CEO가 떠올랐다. 그녀는 탈북여성으로 고향인 아오지를 출발에 북경,미얀마, 태국을 거쳐 4년이라는 시간만에 한국에 왔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여정이였다. 혹독한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 탈북을 결심했고 가족과 함께 두만강의 시퍼런 물살을 건넜다. 추운 겨울의 기억이 싫어 사계절 따뜻한 호주에 정착했고 꿈에 그리던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살고 있다. 초밥집 알바를 시작으로 키워나간 그녀의 초밥사업은 퀸즐랜드에서 여러개의 체인이 운영 중이며 직원만 100명이다. 한국 대학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했고 그녀의 시어머니는 며느리 자랑이 대단하다.
"아주 시원시원하게 결정하고 추진력도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요"
남편도 그런 그녀의 매력에 빠져 결혼을 했고 본업을 제쳐두고 사업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면 누구라도 그녀의 공격적인 도전과 거침없는 결단력에 허파를 펄럭일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사업체를 이루는데 6년이 걸렸지만, 탈북보다는 쉬웠어요. 탈북을 하며 죽을고비를 넘긴 일을 생각하면 못할 게 없어요. 자유를 찾아왔는데 무섭고 두려울게 뭐가 있나요. 돌아보면 아오지에서 태어난 것도 나에겐 하나의 자산이에요. 저는 인생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어요. 부자는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부자라고요'
그녀누 갑옷으로 둘러싸인듯 단단해 보였다. 온몸에 자신감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내면의 근육은 밖으로 보일 정도였다. 담대함을 가졌는데 돈까지 많았다. 윤기가 흐르는 의식(consciousness)이 있었다.
누구나 최금영 씨의 얘기를 들으면 모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성공을 추앙할것이다. 레드카펫 위 여배우를 보듯 박수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불구하고(Although)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도 인정했고 당신도 이미 보았듯이 "때문에(Because)의 이야기"다. 아오지 출생,빈곤했던 어린시절,쌀한줌을 얻기위해 100km를 걸어야했던 기억들, 언제든 기관총을 맞을 수 있는 공포속에 칠흑 같은 바다를 건너야했던것. 이 모든 것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스토리일까?
이 극적인 고난과 역경이 그녀의 대담성의 출처이자 도전과 실패가 불러올 두려움을 막아줄 방탄조끼이다.
토요일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추천해 준 은유작가의 [해방의 밤]이 공감되었다고.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언니 어떻게 이런 글을 쓸까? 은유작가님 대단한 것 같아. 동력이 뭘까?"
난 그녀의 질문에
"은유작가가 오랫동안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고통과 결핍의 과정을 타인들과 함께 통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내의견을 말했다.
후배는 말했다.
"고통과 결핍의 과정? 어디서 구할 수만 있다면 사서라도 입고 싶다.ㅎㅎ"
누군가에겐 삶에서 빗겨나가기만을 바라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진실 앞에 나의 내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