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그리고 딸아이와의 데이트?

이 또한 지나가리...

by 정은영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의 장단소리와 함께 땅에서 올라오는 흙내음은 가을의 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무엇에 이끌리듯 하루라는 시간을 순식간에 뒤로 흘려보내고 나니 어느덧 23년도 10월의 마지막째 주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그리 바쁘게 지내왔던지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야 바깥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회갈색으로 변한 보도블록 사이로 이리저리 바람에 희롱당하듯 굴러다니는 낙엽들이 애처롭게 보였다.

가을비 내리는 길목에 사람들은 미처 준비 못한 우산을 사기 위해 편의점과 슈퍼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혹은 비를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거리면서 책가방과 겉옷을 우산 삼아 머리에 이고 달음박질한다.

주변의 모습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느덧 마음의 평안이 속삭인다.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오기 전만 해도 한숨만 내쉬었는데 말이다. 어제 딸아이가 학교에서 아이돌 그룹이 추는 춤을 추다가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발목이 퉁퉁 부었다. 마침 근거리에 있는 정형외과로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사내아이들이야 뼈가 부러지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라 그려려니 했는데 울 딸아이는 얌전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노는 게 딱 사내아이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긴 했다. 뭐가 그리 신났던지 딸아이는 어제 다친 경위를 무슨 훈장쯤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설명한다. 한걸음 한걸음 걷는 걸 보면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고.. 딸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귀에 대고 재잘재잘 거린다. 복잡한 내 마음은 딸아이의 웃음과 가을비의 콜라보로 평안을 되찾았다.

철없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 어쩌면 아이는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가 걱정할까 봐 괜찮은 척 애를 쓰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을 이렇게 딸아이와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기며 하루를 열어가고 있다.

집안의 시름도 그 무엇도 시간의 강은 흘러간다. 그 강을 거스르면 거스를수록 깊은 번민과 시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덫과 같은 건 아닐까? 그저 흘려보내자..

10월의 마지막째주 가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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