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당분간은 좀 집에서 쉬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라고 남편에게위로의 말을 건넸다.
경제적인 이유야, 그간 남편이 고생한 덕에 큰 걱정은 없겠지만 아쉬운 건 나다. 뭐 돈이야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기에 그저 생활을 단순하게 살면 그만이지 싶다. 남편의 속마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아서인지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간간이 새어 나오는 한숨이 내 마음을 살짝 요동치게 했다.
지난 설에 친정집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이상하게 장인, 장모, 처제들과 처형 보기가 민망하더라." 나직한 남편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르게 힘이 없어 보였고, 그 목소리가 내 속 깊은 연민의 감정들을 톡톡 건드린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지만 뒷이어 남편의 생각을 조금은 알듯하여 뭐라 위로의 말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질문을 던졌다.
"내가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퇴직하고 집에 있게 되니까.. 처갓집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더라." 우울해하는 남편을 옆에서 바라보다가 "자기는 24년 한 직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덕에 남들처럼 집이 없어? 집도 있고, 빚 없이 이렇게 가장 역할을 충실히 해왔잖아. 누구도 자기가 퇴직했다고 뭐라 하지 않아..오히려 대단하다고 칭찬이 자자해. 다만 이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찾기를 바라지. 우리는 자기가 자랑스러워..남편으로서..아빠로서 ..단순히 위로의 말이 아니라. 이게 사실인걸."
남편의 어깨가 그 짐이 어느 정도인지 실은 나는 모두 알 수없다. 이렇게 남편이 자신을 작게 만드는 그 무엇 때문에 속이 상할 뿐이다.
지인분들이 남편의 안부를 물을 때마다, 나는 남편의 입장을 수사어구를 달리 해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대변한다. "그래도 아직 젊고 한창 일할 나이인데,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 걸려. 같이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봐." 지인 언니들과 친정 식구들의 같은 염려와 조언을 만날 때마다 듣는다. 남편의 퇴직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다.
한국은 참 살기 힘든 나라인 것 같다. 물론 어디든 안 그럴까 싶지만, 먹고사는 데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치열하게 견뎌야 사는 곳 같다. 요즘 심각한 경제상황 탓도 있겠지만 불안한 미래에 내던져 허우적거리는 우리네 모습들이 얼마나 처절하면 다들 이리도 염려를 표하나 싶다. 당사자보다 더 걱정해 주는 이들이 고맙다.
노 젓는 배는 혼자 저어 가는 것보다 같이 노를 저어야 덜 힘들지 않겠나.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해 단짝이 되어준다면 말이야 그거 하나면 족하네.
그 옛날 고된 몸을 달래기 위해 노랫가락을 띄워 몸과 마음을 달래듯 힘들수록 마음의 흥을 돋기 위해 흥얼거려 보자. 덜 힘들어해도 괜찮다고.. 덜 아파해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