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남자 친구

그녀의 모든 것

by 정은영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선 시각 오후 6시 50분.

옷방에 불을 켜고 옷을 갈아입으려는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이게 모야?


1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대형 오리가 대자로 누워있다니.. 빵 터진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지자 거실에 있던 남편이 달려오신다.

"이거 누가 이래 놓은 거야?" 나의 물음에 "누구 겄냐? 누굴 닮은 거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곤 거실로 되돌아갔다. " 얘는 학원 간 거야?" 나의 물음에 "쟤는 간다는 얘기도 없이 가더라?"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딸? 옷방에 오리 아주 자세가 건방지던데?" "엄마? 내 남친이야.. 어때서?" 이런 딸아이의 대답에 할 말이 .. "네가 하다 하다 아주 그냥 불만이 뭐야?" 엄마의 반응을 보고 딸아이는 재미있는지 "엄마? 나의 취향을 존중해 줘" 그래 딸아이의 취향이니까^^

고3이 된 딸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때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언제 철드나 싶기도 하고.. 벌써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니 세월이 너무 무심하게 지나간다.


학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가방을 옷방에 집어던져놓고 오리를 질질 끌고 나온다. 실은 딸아이가 안고 자고 싶은 애착 바디필로우가 이 대형 오리라고 사달라고 해서 사준 인형인데, 오늘 택배로 도착한 모양이다. 잘 갖고 논다.

"엄마? 얘가 얼마나 괜찮은 남친인지 몰라. 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앞 의자 앉혀 놓고 같이 밥도 먹어. 훌륭하지 않아?" "그래.. 훌륭하다. 훌륭해" 도대체 이 엉뚱함은 어디서 온 걸까? 내 딸이지만 4차원인 것은 분명하다.


"희주야? 넌 정말 남자 친구 아님 그냥 이성친구 없어?"

"엄마? 난 연준이가 내 남친이야." 아이돌 투바투 그룹?멤버 중 한 명인 듯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싶다. 아직 남친이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녀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남자 친구를 사귈 날이 올 테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무척 서운해질 것 같다.

그녀의 남친 오리가 생긴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치킨을 시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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