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사랑하는 동생

by 정은영

"언니? 이따가 나랑 두 어르신 태우고 결혼식장에 갈 수 있어?" 다급하게 아침부터 긴급 호출한 지인 동생이 부탁을 해왔다.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몸과 마음이 바쁠 시간이었다. 오후 12시 30분 평택 땡땡 예식 컨펜션에서 지인 동생이 새 출발하기 위한 성스런 신고식이 있는 날이다. 내 마음 한편에선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한다. 동시에 20년 전 내 결혼식 날의 영상이 휘리릭 내 눈앞에 펼쳐져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다. 코끝에 아린 알싸한 꽃향기가 내 심중을 움켜잡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내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주영아? 언니가 딸내미랑 같이 가야 해서 자리가 너랑 이렇게 해서 남는 좌석이 한 좌석 밖에 없는데 어쩌지?"

"언니? 어쩔 수 없네요... 음.. 그러면 언니? 그냥 내가 차 끌고 두 어르신 태우고 바로 갈게요." 외모는 당차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자칫 인상이 차갑고 강해보이나 막상 대화를 하다 보면 순수하고, 수줍음이 많은 친구다. 심성이 따뜻해서 두 어르신이 이 친구에게 결혼식장까지 태워달라고 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든 두 어르신의 차편을 마련해 보려는 이 친구는 그렇게 자신의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내 차로 같이 이동하고 싶어 했지만?(아직은 초보운전 5개월 차...) 급작스런 차량지원으로 우리는 따로 가게 되었다. 자.. 이제 딸을 깨워서 외출 준비를 서둘러야 하기에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대자로 누워있는 시크한 딸을 흔들어 깨우며 "희주야? 일어나. 정연이모 결혼식 가야지. 응? 일어날 수 있어?" 눈꺼풀이 무거운지 겨우 "응.. 으.. 응" 대답인 건지 잠꼬대인지 모를 소리를 한다. "10분 뒤에 깨워줘?" "응.." 짧은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김밥 한 줄 남겨놓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결국 딸아이는 일어나지 못해 혼자 집을 나섰다.


결혼식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면 13분 도착 근거리여서 느긋하게 움직였다. 처서가 지난 지 수일이 되었건만 오늘 낮 기온 31도가 넘어서 당최 뜨거운 열기가 물러갈 기미가 안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결혼식장.

먼저 와 있던 지인 동생들은 신부와 사진을 찍고 있었고, 신부의 어머니는 나를 반기며 안아주셨다. 마음이 뭉클해져 기쁨과 아쉬움? 복잡했다. 사랑하는 지인 동생의 결혼식은 기쁘고 즐겁지만 신랑 따라 이곳 내가 사는 지역 평택이 아닌 인천으로 가게 되어 아쉽다. 신부의 어머니는 인자하시고 젊을 적 꽤 인기가 많으셨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곱고 미인이신 신부 어머님을 뵐 때마다 나도 이렇게 곱게 늙어가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이쁘지 않아도 곱게 늙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먼저 도착한 주영이는 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그렇게 주영이와 나는 사랑하는 지인 동생이 있는 신부 대기실을 향했다. 신부 대기실 안에 우리가 찾는 신부는 다소곳하게 앉아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부가 입은 화이트 반팔 비즈 큐빅 드레스가 하얀 피부를 더욱 빛나게 하고, 과하지 않은 신부 메이크업은 신부의 청초한 얼굴빛을 되살려주고 있다.

"언니! 왔어? 고마워. 얼른 옆에 앉아." 그렇게 마지막 친구들과의 사진촬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는 늦은 나이에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수많은 결혼식을 봐왔지만 오늘 결혼 이벤트는 특별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고백하는 영상 편지에는 그간 함께한 추억의 사진과 신랑의 진지한 사랑의 고백이 담겼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찾아온 봄처럼 따뜻해졌어. 당신의 미소는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는 알람이 되었고, 당신의 목소리는 내가 밤에 잠들기 전 듣는 마지막 노래가 되었어.

비록 나는 시인이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감정이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화려한 말을 잘하진 못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너와 함께할 것을 약속해. 평범한 일상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가고 싶어.

비록 나는 부자도 아니고, 뛰어난 재능도 없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어. 당신이라는 사랑이 내 삶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어.


비록 나는 힘이 세지 않고, 많은 것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사랑과 헌신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어. 나는 당신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고,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랜 기다림으로 드디어 그대를 만나게 되었고.
아무 조건 없이 내게 와줘서 고마워.

신랑이 신부를 향한 담백하고 진지한 고백이 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혼 20년 차 접어든 우리 부부는 처음 가졌던 불꽃 튀는 사랑이 아닌 의리?로 정들어서? 살고 있지만.. 의리든 정이든 연민이든 이 모든 것 또한 한층 깊어진 사랑에 속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랑하는 정연이 동생도 살다가 지지고 볶고, 깨도 털고, 볼 것, 못 볼 것.. 다 겪어 보고 "그래도 내 남편이 최고야"를 외치며 오래오래 재미있게 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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