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유학, 이민, 역이민

우리 아이 유학을 보낼까요?

by SueB

호주에서 살다 보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유학이나 이민에 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힘든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하다 1년에 20일 정도 휴가가 가능해 주말을 포함하여 거의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우리를 보고 부러워하며 자신들도 이민을 갈 조건이 되는지 알고 싶어들 한다. 또한 공부에 지친 자녀들과 씨름을 하다가 차라리 유학을 보내는 게 아이를 위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반응은 "It depends...."였다. 정답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으며 정말 개개인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난 IMF 직전에 호주로 갔었다. 다행히 1년 학비는 이미 지불된 상태였고 생활비 역시 이미 가지고 간 상태라 공부 도중 학비가 없어 돌아간 많은 학생들에 비해 운이 좋았다. 당시 잠깐 한국을 방문해야 했을 때 호주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값이 거의 두 배가 된 것으로 IMF를 체험했을 뿐 솔직히 얼마나 힘들었던 시기였는지 알지를 못했다. 이때 돌아간 많은 친구들은 외국대학 중퇴자로 취업도 힘들고 집안 환경도 나빠져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듯 유학생활이란 나의 능력과 별개로 상황에 의해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거나 차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다가 모든 외국인들의 고민인 언어 문제에 더해 정말 중요한 문화의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만 잘하면 유학 또는 이민 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론 언어보다는 문화의 적응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조기유학

부모님들이 같이 오는 환경이 아니라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싶다. 나의 반대가 그다지 힘이 실리지는 않겠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결코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미성년자들은 가디언이 필요하며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가끔 교회를 통해 믿을 만한 집사님이라 보냈다고 하는 부모들이 계신다. 하지만 그런 가정에 홈스테이 조건으로 살았던 성인이 된 친구들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나올 때가 많다.


90년대엔 아직 한국에선 바나나는 비싼 과일이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가장 저렴한 흔하디 흔한 과일로 배가 고플 때 허기를 달래기 편한 과일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언니는 어린 나이에 교회에서 연결된 집사님이 가디언으로 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조건으로 중학교 나이에 유학을 왔었다고 한다. 근데 한창 자랄 나이에 항상 배가 고팠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열어본 싱크대에 감춰진 바나나를 발견했을 때 모든 정이 다 떨어져 나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정의 입장에선 역시나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호주에 적응을 잘해서 호주평균 소득을 벌 수가 있었다면 과연 홈스테이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대부분 부족한 수입을 보조하는 입장에서 홈스테이 학생을 받아들이는 이민자들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학생들이 먹는 음식조차 아낄 수밖에 없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또한 풍요한 한국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당연히 자신이 먼저 먹거나 가지는 것에 익숙한 어린 유학생들을 제재하기란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음식을 감추기까지 한 것은 아닌지.... 양쪽의 말을 다 들어 봐야겠지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관계였는지 쉽게 상상할 수가 있다.


모든 변화가 엄청 빠른 한국에서는 2000년대쯤에는 어디를 가나 화장실에서 비데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옵션이었다고 한다. 한국에 비해 무진장 느린 변화가 진행되는 호주에서는 지금도 비데를 사용하는 집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를 홈스테이로 받아들인 호주인 가정에서 학교로 급하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고 한다. 학생이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데 욕조에 똥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화장실을 갔는데 비데가 없으니 유일하게 물로 씻을 수 있는 방법이 욕조에서 씻는 방법이었을 뿐이었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보게 된 홈스테이 가정의 식구들은 그 학생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워 학교로 전화한 것이다.


남편 역시 처음 호주로 왔을 때 첫 1달은 홈스테이를 하였다. 어차피 서양음식들은 비슷하니 같이 모든 음식을 먹었으며 자유롭게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에 조그마한 노트가 냉장고 안 치즈 위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매끼 치즈를 먹는 프랑스인 남편이 당시 호주에서는 치즈가 저렴한 아이템이 아니며 먹는 양도 작다는 것은 인지 못하고 매번 장 봐온 치즈를 혼자 다 먹어 버렸던 것이다.


조카들과 언니들이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호주는 물, 전기, 가스비가 모두 아주 비싼 편이니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고 설명을 하였다. 당시 호주는 가뭄이 오래 지속되어 TV 광고에서 샤워는 4분 내로 하라는 캠페인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조카가 샤워를 한다고 이층 욕실로 갔는데 물소리가 40분 넘게 들리고 있어 순간적으로 혹시 이 녀석이 욕실에서 기절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며 올라가 봤다. 근데 그 녀석은 평소처럼 물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1시간씩 샤워를 했다고 하니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 달 물, 가스, 전기비만으로 50만 원이 가뿐하게 나가는 호주라 다시 한번 모두에게 설명을 해야만 했다. 호주에서 물값은 아주아주 비싸니 아껴야 한다고 ㅠㅠㅠ 지금은 더 비싸졌다^^


아마도 언니가 오지 않고 조카가 혼자와 있는 상태에서 내가 조카에게 샤워는 4분 이내로 해야 한다고 했으면 그 조카는 엄마에게 전화해 이모가 나 샤워하는 것까지 감시해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주 흔한 스토리이다. 언니, 동생 혹은 오빠집에 아이를 보내고 1 ~ 2년 만에 형제 또는 자매가 서로 안 본다는 이야기는 호주에서 살다 보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은 초등학생의 아이들이 혼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으나 호주는 반드시 데려다줘야 하고 데려와야 한다. 또한 학교에 불려 가는 일도 많았다. 당연히 부부가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학생이 한 명 생긴다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한국의 가족들이 잘 없었다.


이미 급식이 자리 잡았고 쿠팡, 로켓 프레시가 존재하는 한국은 음식을 준비하거나 사는 것이 아주 쉬운 편이다. 하지만 한국식 재료는 내가 사는 동네에 따라 접근성이 아주 멀어질 질 수도 있는 호주인데 매번 한국식으로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주기란 아주아주 힘든 난도가 높은 문제이다. 게다가 일부 어린 유학생들은 한국식으로 싸주면 창피하다고 먹지를 않고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호주애들처럼 네가 직접 샌드위치를 싸가라고 하면 이모/숙모가 도시락조차 싸주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오매불망 걱정하며 기다리는 부모에게 보고해 버릴 것이다. 거기다가 서러움의 눈물까지 보태게 되면 100% 형제 또는 자매 간의 난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당신의 아이가 먹고, 자고, 싸고를 혼자 할 수가 있다면 유학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반응은 그 정도는 초등학생만 되어도 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하지만 사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혼자서 잘 해내는 친구들을 보기 힘들었다.


먹고! 자기가 재료를 사서 잘 다듬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상태. 외식이나 배달은 너무너무 비싸고 불가능한 지역에 살 수도 있으니까.


자고! 호주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른들이 많다. 그 말은 10시쯤 되면 잠자리로 가며 아침 5 ~6시면 일어난다는 말이다. 근데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밤새도록 뭔가를 하고 있다가 아침에 잠이 든다. 집들이 한국보다 방음이 더 안 되는 데 (춥지 않으니 벽이 두껍지 않고 나무로 대부분 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밤새도록 소리가 들리면 같이 사는 호주사람들은 미칠 것 같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 학교로 가야 하는 애들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내가 왜 깨워야 하지??? 나도 준비해서 직장을 가야 하는데....


싸고! 화장실이 여러 개일 경우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화장실에 오랜 앉아 있는 애들 때문에 아침에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 집은 화장실이 3개였지만 조카들이 이상한 것들을 화장실에 넣는 바람에 주기적으로 1개 정도는 사용이 힘들 때도 있었다. 제발 변기에는 변기용 휴지만 넣자는 것이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것일까?


추가적으로 호주에서는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욕실을 사용하고 물기를 다 닦아주고 나와야 하며 변기 사용 후 뒷정리를 하고 나와야만 한다. 우리 부모님이 오셨을 때 남편이 부모님이 욕실을 사용할 때마다 뒤에 들어가 다 닦고 나오니 아빠가 역정을 내셨다. 왜 자꾸 들어가서 닦고 나오냐고 ㅠㅠㅠ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가 불가능해서 나중엔 조금 있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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