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 프랑스

다른 나라 같은 느낌...

by SueB

코로나 기간이 지나고 나라들마다 공통적인 것은 커져가는 빈부의 격차와 물가 상승인 것 같다. 얼마 전 호주에 있는 조카에게 부탁한 서류를 받는 순간 특급우편에 붙어있는 $99라는 비용은 충격적이었다. 단지 종이 몇 장을 1주일 안에 받기 위해 9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니...... 순간적으로 조카에게 "와! 너 살기 힘들지 않니? 아무리 월급이 좋은 편이라도 물가가 이렇게 올라서 어떻게 감당을 하지?'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조카가 일당이 많이 올라 파트타임으로 살 수가 있다고 했지만 일당이 오른 만큼 생활비도 올라간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조카는 우리 집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월세(?)를 올리지 않았고, 영주권을 받은 후 회계사로 취업한 상태라 물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지만 만약 우리가 은퇴 후 호주에서 계속 살았다면 아마도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때 코로나 지원금 덕분에 회계사들 일자리가 늘어나고 월급도 엄청 올라서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다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다.


호주에서 살 때는 한국을 매년 방문해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듯이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은 프랑스로 역이민 한 남편의 부모님들과 매년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휴가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비행기 가격이 저렴하고 아빠 건물에 문제가 없어 내가 한 달 정도 한국에 없어도 되는 시기를 찾다 보니 1년 반마다 한 번씩 프랑스로 오게 되는 것 같다. 처음 왔을 때는 코로나가 진행 중이라 관광객도 거의 없었고 상점마다 할인도 많아서 비용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으며, 재작년에 왔을 때도 크게 물가상승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재작년보다 최소 20% 이상으로 비싸진 물가에 당황하고 있다.


여행 올 때마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식초를 사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매번 선물을 하는데 한 병에 평균 7~8 euro 정도에서 9~13 euro로 대폭 인상된 가격에 이젠 선물도 기쁜 마음으로 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에 살며 해외직구를 할 수밖에 없는 올리브 오일가격은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였지만 식초까지..... 매번 와서 엄청난 양을 사가는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상점주인도 물가상승에 판매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예전엔 흔히 보이던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1 euro 이하로 가격을 동결해 놓은 과일과 야채들도 이번엔 슈퍼마켓에서 볼 수가 없었다. Euro가 워낙 올라서인지 그 비싸다는 한국의 과일값과 거의 비슷한 가격의 과일들을 보면서 한때 한국채널에서 유럽의 슈퍼마켓이 한국보다 싸다면서 비교하던 뉴스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느낀다. 500g에 9.99 euro (약 만오천 원) 인 딸기는 한국의 딸기에 비해 맛도 없었다 ㅠㅠㅠ 추가: 오늘도 야외마켓이 서는 날이라 따라왔는데 500g x 2개가 9.99 euro 이다. 지난번에 시엄마가 살때 대충보고 2개 가격인지 몰랐다. 한국딸기랑 비슷한 가격인데 그래도 맛은 한국딸기가 훨 낫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장터라 주변 농부들이 많이 물건을 팔고 있어 신선한 맛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호주의 월급은 최소한 한국의 2배이니 물가가 2배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에 비해 1.5배 정도라는 프랑스에서 물가는 2배가 넘는 이곳에서 참 살기가 힘들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문에서는 좀 더 삭막한 분위기를 느낀다. 쇼핑센터에 늘어난 경비인력들 뿐만 아니라 상점입구마다 서있는 경비들은 예전엔 없었던 장면이다. 저렴한 가격의 스포츠 용품샵인 데카트론은 판넬로 벽이 길게 생겨 경비들이 여러 명 대기하고 있는 계산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명품샵 입구에는 최대 2팀만 쇼핑이 가능하니 밖에서 대기해 달라는 푯말이 있다. 휴일에 상점들은 모든 쇼윈도우들이 철문으로 닫혀있어 물건들을 구경조차 못하게 되어 있어 마치 위험지역(?)을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하긴 파리에서 며칠 전 코인으로 돈을 번 가족을 납치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소매치기나 절도가 심각한 문제라고 현지에서 살고 계신 시부모님들도 불편해하고 계신다. 솔직히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외향에서 빈부의 격차가 뚜렷이 보일 정도이며 얼굴 표정에서 예전에 비해 긴장도가 느껴진다. 호주에서는 모르는 사이라도 길에서 흔히 웃으며 인사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고 근처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물건을 사러 가면 감시의 눈길이 따라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옷을 입어볼 경우 직원이 밖에서 대기하는 것이 단순히 친절한 행동인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아빠원룸 건물 옆집 공사로 인한 분쟁이 프랑스로 오기 직전에 민사소송을 거쳐서 합의를 했다. 천만 원에 가까운 변호사, 법무사 그리고 법원 비용들을 쓰고 나서 승소를 해도 옆집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결국은 법무사를 통해 그들의 건물담보 대출은행통장을 압류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시송달이라는 무반응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압류까지 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압류를 풀어달라고 바로 연락이 왔다. 이웃끼리 민사소송 후 항소까지 가다 보면 기간도 비용도 너무 커질 수가 있으며(2~3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한동네에서 더 이상 얼굴을 보며 살 수가 없다는 변호사님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강하게 합의를 권유하신 변호사님 덕분에 결국 판결된 액수에서 3분의 2 정도에 합의를 해 주었다.


없어진 대문과 처마, 쓰레기방이 된 원룸의 수리를 위해 여기저기 공사비를 알아본 결과 이 합의금으로 외부공사를 다 맡기게 되면 아빠통장이 파산상태가 될 가능성이 많겠다. 월세 25만 원인 방 하나의 수리비 합계가 5백만 원 정도라 차라리 2년을 비워놓고 건물이 팔리길 기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건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국에 가는 즉시 직접 하기로 했다.


예전에도 장판이나 벽지를 남편이랑 같이 했기에 쿠팡에 찜을 해둔 재료들을 보니 모두 최소한 20% 가격이 올라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알리익스프레스까지 둘러보며 여기저기 재료들을 주문하고 있지만 최소 백만 원은 들 것 같으며 그 방에 있는 가전제품들은 그 기능을 하고 있기를 빌어본다. 우선 떠나오기 직전 대문과 처마는 설치를 요청해 놨으니 이제 돌아가면 배달되어 있을 재료들로 청소부터 시작하여 도배, 장판, 페인트 칠 등등을 시작해야 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것은 농담이 아닌 것 같다.


결론적으로 코로나라는 어마어마한 시기를 보내고 나서 내가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빈부의 격차는 커져가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치안 문제까지...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의 평온한 시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수입이 한정된 은퇴한 상황이라 더 불안해하는 것일까? 아빠 건물의 빈방들을 어떻게 수리를 해야 빨리 채워나갈 수 있을까? 모두들 부러워하는 프랑스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나는 바보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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