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어 간다는 것은...

호주, 프랑스 그리고 한국 노년의 건강관리, 독립적인 삶

by SueB

한국에 정착한 지 4년 6개월이 넘어가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삶의 기반은 호주에 있으며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점점 더 우리에게 의지를 하시고 프랑스에 계신 부모님들 또한 수술과 다양한 치료를 받으시기에 어떠한 변화가 갑자기 요구될지 모르는 상황에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프랑스 부모님들은 굉장히 독립적이시고 잘 확립된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한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마음 한 곁에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혹시나 갑자기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는 않으실지... 방문 간호사제도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들까지 보내주는 프랑스에서는 자식들이 바로 옆에 살지 않아도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완벽한 세상은 아니라 솔직히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한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문화적으로 자식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 역시 노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게 복잡하기도 하다. 현재 아버지의 통장관리뿐만 아니라 원룸건물을 관리해 생활비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아버지는 119 엠블런스를 2번이나 타야 했다. 1월에는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맞고 응급실에서 나오셨지만 이번 달에는 폐렴으로 4박 5일 입원을 하셔야만 했다. 다행히 근방의 병원에서 받아줘서 응급실을 갔으나 열은 39를 넘고 노란 가래를 엄청 뱉어 내셨기에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응급실에 계시던 원장님의 표정도 심각했고 조금 있다 내려온 다른 의사 선생님은 아주 조용히 "폐렴입니다. 어른들은 폐렴으로 가시는 경우가 많으니 각오하고 계셔야 한다"라고 말하며 입원하라고 하셨다.


지난번 독감뿐 아니라 4월에 코로나에도 쉽게 회복되던 아버지였기에 의사 선생님의 경고를 부정하며 입원수속을 했다. 1인실도, 간호통합병동에도 자리가 없어 6인실에 자리를 잡으면서도 금방 집에 갈 거라고 생각해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 10분도 간병인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하는 간호사들과 올 때마다 심각한 표정인 의사 선생님들 때문에 점점 불안하기도 했었다.


입원 후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아버지는 어느 정도 회복한 것처럼 보였고 다음 날부터 혈압도, 체온도, 혈당도 다 정상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으나 아버지의 섬망이 시작되었다. 당뇨 때문에 약하게 만든 커피를 드시며 이 집 커피는 참 맛이 없다고 하시고,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만났다고 하시는 등 정신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여서 혹시나 치매로 진행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4년 전 아버지가 다니시는 복지관에 있는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치매검사를 하라고 권유하셨다. 인지능력 검사를 하셨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괜찮다는 아버지 말을 믿었는데 갑자기 연락온 간호사의 이미 2년 전에 아버지에게 치매검사를 권유했으며 최근에 더 심해지신 것 같다고 꼬옥 치매검사를 하라는 권유에 당황스러웠지만 경북대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하였다.


노인 복지관 직원도 보건소 간호사도 치매라고 했지만 다행히(?) 경북대병원 의사 선생님은 인지장애로 진단하셨다. 하지만 한 번씩 비밀번호를 잊어서 막연히 서 계시는 아버지를 발견하면서 가족들은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한의사인 형부가 한약을 지어주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약침을 맞으라고 했다. 인지장애/치매를 치료는 할 수 없으나 진행을 늦게 해 줄 수 있다며 준 한약이 잘 들은 것인지 아버지는 조금 정신이 맑아지셔서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매번 크게 아프시고 나서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가 다시 한약을 드시고 나아지고를 반복하셨다.


최근에는 매주 줄기세포 약침을 맞으시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이 보여서 안심이었는데 갑자기 폐렴이라니, 돌아가실 수도 있다니 믿지를 못하고 있던 나는 솔직히 몸이 아프신 거보다 정신이 아프신 것이 더 걱정이 돼서 3일이 지나서 의사 선생님에게 퇴원이 가능하지 요청하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응하시던 담당 의사 선생님이 4일째도 정상인 소견에 피검사와 액스레이 결과를 보자고 하셨다.


매번 오실 때마다 "지나치게 약이 잘 듣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던 담당 의사 선생님은 5일째 되던 아침에 퇴원을 허락하시며 그래도 경고를 하셨다. 어른들은 폐렴이 굉장히 위험하니 체온이 올라가면 바로 다시 오라시며 보내주셨다. 혹시나 비싼 체온계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쿠팡에 바로 가장 좋은 체온계를 주문하고 그날 이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나 아버지 체온은 항상 정상이며 5일 뒤 확인하러 간 병원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같은 성씨의 담당의사 선생님은 우리 성씨 사람들은 약한데... 하시며 아버지의 빠른 회복을 믿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계속 약침을 맞으며 관리하신다는 나의 말에 약침은 모르겠고 어쨌든 많이 좋아지셨으니 1달 뒤에 와서 CT를 찍어 보자고 하시며 보내주었다.


부모님은 예전부터 주기적으로 아프셨으며 우리 집안 전체가 비슷한 상태이기에 아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한의사와 결혼한 언니 덕분에 나이 들면서 오히려 점점 더 건강해지는 것처럼 보이신다. 주기적인 공진단, 경옥고 등등, 최근에는 줄기세포 약침으로까지 관리를 하고 계시니 아프시더라도 회복이 확실히 빠르신 것 같다. 솔직히 의학지식이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증명할 수가 없지만 매번 빠른 회복을 보이는 아버지를 보면서 매주 열심히 한의원으로 모시고 가고 있다. 덕분에 1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같이 점심 외식도 같이 할 수가 있어 항상 형부에게 감사하고 있다.


자식이 없는 우리는 부모님처럼 자식이 모시고 다니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니 프랑스 부모님처럼 독립적으로 살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 첫 번째가 건강과 재력! 매주 4번은 헬스장을 방문하며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기름지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으며 빵과 같은 탄수화물도 최소한으로만 섭취를 한다. 물론 부모님을 모시고 매주 가는 한의원에서 우리도 다양한 약침을 맞고 있다. 피부관리를 위해 연어 약침을 맞고 있는 덕분인지 얼굴의 가는 주름도 사라지고 피부결도 좋아지고 있어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갈지는 알 수는 없으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음속 불안은 조금 옆으로 밀어 놓고 바로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다가 보면 그 문제는 사라지고 그다음 문제가 다가오는 것 같다. 아마도 살아간다는 것은 내 앞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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