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방문이 가능한 병원이 좋은 건가 무료인 병원이 좋은 건가....
호주에서 20년 이상 살면서 어릴 때부터 건강하지 않았던 나는 당연히 다양한 병원방문 경험을 했다. 하지만 태어나길 로봇태권브이로 태어난 남편은 호주를 떠나기 전 제출해야 했던 건강진단서를 받기 위해 딱 한번 GP(동네 가정의학과)를 방문했을 뿐이다. 코로나 시기에 호주는 시민들의 출국을 금지했었고 2020년 10월이 되어서야 허가를 받은 시민들이 출국이 가능하게 해 줬었다. 그때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건강진단서를 반드시 제출해야만 했다.
물론 주기적으로 아픈 나는 동네 GP 뿐만 아니라 GP의 주선으로 심리상담, 영주권 신청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나온 신장문제로 전문의, 감기후유증으로 인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비염전문의, 갑상선혹으로 인한 검침, 담석으로 인한 응급실 행, 얼굴에 난 종기로 인한 성형전문의, 2년 넘게 매주 토요일마다 방문했던 한국인 한의사까지 아주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접근성과 병 키우기 - 예약 잡기가 너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 도저히 출근이 힘들 때 매년 정해진 날짜 이상의 의사 진단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병가 일수는 정해져 있어 가능하면 GP를 만나 진단서를 받으려고 동네에 있는 GP들에게 전화를 돌리면 대부분 내일 또는 모레나 예약이 가능하단다. 내일이나 모레가 되면 웬만하면 벌써 회복이 된 상태라 그냥 출근을 한다. 다행히 대학에서 일을 할 때는 대학 내에 GP들이 있어 일하다가 예약을 하고 바로 만날 수가 있었으나 동네에선 당일에 예약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낮은 편이다.
예전에 집수리를 위해 만나 한국인 건축업자분이 부인을 암으로 잃었다고 하셨다. 암을 발견하는데 걸린 기간이 6개월이 넘어 확답을 받았을 때는 이미 암이 너무 진행이 되어 의료보험도 안 되는 한국으로 무조건 가셨지만 이미 늦어서 돌아가셨다고 분해하셨다.
비용 - 나 역시 얼굴에 종기가 너무 커져서 일반 GP는 제거할 수가 없다며 성형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했고 여러 전문의들에게 전화를 했으나 대부분 1달 뒤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그러다 다행히 한 곳에서 예약취소가 생겨 1주일 만에 방문을 했고 상담 비용만 25만 원이었다. 물론 당일 수술은 불가능해서 다시 2주 뒤에 수술 예약을 근방 병원으로 해주었는데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사보험이 있었지만 추가 오십만 원을 지불했었다. 사보험 덕분에 2주 뒤로 빠르게 예약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수술 후 여전히 흉터가 커서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보험 없이 삼십만 원에 추가 수술은 한 것은 안 비밀이다 ㅠㅠㅠ
가끔 배가 너무 아파 응급실로 갈 때가 있다. 한국 응급실에서도 호주 응급실에서도 돌을 찾지는 못했지만 돌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응급실에서는 돈을 내야 하지만 호주 응급실에서는 모두 무료이다. 하지만 호주 응급실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진장 오래 기다려야 한다. 내가 갔을 때는 다행히 그다지 바쁜 밤이 아니어서 조금 기다리고 들어갈 수가 있었는데 검사 후 바로 마약성 진통제를 넣어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양한 추가 검사를 했지만 돌은 발견하지 못했고 아침에 내보내 주면서 담석 전문가에게 예약을 해 주었다. 물론 병원을 나선 후 진행되는 모든 검사비용은 많이 비싼 편이다 ㅠㅠㅠ
응급실 안쪽에 들어가니 침대 2개가 나란히 있었고 왼쪽은 사보험을 가진 환자용, 오른쪽은 무료건강보험이 있는 환자용이라며 나에게 사보험이 있는지 물어서 왼쪽침대로 제공해 주었다. 두 침대는 똑같았지만 단지 내가 누운 침대에 환자에게는 사보험회사로 비용을 청구할 수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모든 무료인 정부보험이 적용되는 침대가 차버리면 사보험이 있는 환자만을 사보험 침대에 받아줄 수가 있다는 말이다.
죽을병이라면 모든 치료가 무료로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 호주병원이지만 그런 병이 아니라면 무조건 기다려야만 하는 게 무료정부보험을 가진 환자들이라서 고관절 수술 대기를 최소 2년 이상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일정 액수의 수입이상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을 추가로 내거나 사보험을 들거나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부분 사보험은 최소 매달 20만 원 이상이지만 추가세금은 그것보다도 높고 아플 때 대기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보험을 가지고 있다.
맹장이나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경우는 대기 없이 바로 병원행이 가능하며 모두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 단 암의 경우 암으로 확정될 때까지의 기간이 무진장 긴 경우가 많아서 문제이다.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예약을 잡는 것도 매우 힘들며 최소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초진 상담만 2 ~3십만 원을 내야 하며 기계(?)를 이용한 검진까지 한다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사보험이 있어도 아주 일부만 환불받을 수 있다.
다양한 전문의들을 만나 봤지만 대부분 스트레스 성 반응들이라 병명을 찾지도 못하고 결국은 다 포기하고 한국인 한의사를 찾아가서 매주 침을 맞았다. 1시간 차로 가서 30분에서 ~ 1시간의 침치료는 사보험이 있을 경우 75달러 없을 경우 100달러가 넘었다. 한국에서 한의원은 하는 형부는 침치료에 오천 원이라고 했다. 최근에 새로 나온 약침의 경우도 비싸다고 하지만 삼만 원에서 칠만 원 사이라고 하니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외국인이지만 그래도 편하고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많아 병을 키울 가능성은 훨씬 낮다고 본다.
부모님들의 연세가 80이 넘으시면서 가끔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갑자기 이 더운 날씨에 춥다면서 떨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119를 불러야만 했다. 도저히 우리가 차로 모시기엔 정신이 없으시길래 119를 불렀더니 자세히 상담을 해주고 엠블런스를 보내주셔서 근방 응급실로 모셔주셨다. 울론 엠블런스는 무료였으며 (호주는 엠블런스 보험이 따로 없을 경우 아주 많은 비용이 청구될 수가 있다) 병원에서 폐렴으로 4박 5일 입원을 하셨다가 이틀 전에 퇴원하셨다. 낯선 사람을 거부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4박 5일 동안 간병을 위해 병원에서 지냈는데 모두들 친절하고 좋으셨지만 1인실도 간호통합병동도 자리가 없어 6인실에서 지내기엔 너무 힘들었다.
매주 형부한의원에서 약침을 맞으며 관리하는 아버지는 금방 건강을 회복하고 모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86세라는 나이에 의사 선생님들은 경계를 하며 퇴원허가를 한동안 거부하셨다. 문제는 몸보다는 정신이 무너져가셔서 섬망증상이 심해져서 간병을 하는 입장에서는 혹시나 치매로 진행을 될까 너무 두려워 계속해서 의사 선생님께 퇴원을 요청했고 다행히 5일째 되던 날 퇴원을 허가해 주셨다. 이틀이 지난 오늘 아버지는 정상으로 돌아와 아무 문제도 없다.
응급실 검사비용, 4박 5일의 입원에 간병인(나)의 식사비용까지 다 포함해 6십만 원이 안되었다. 물론 이 비용도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문의를 만나는데 2~3십만 원을 내야 했던 나는 한국의 의료는 접근성, 비용 둘 다 아주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프랑스의 경우, 시부모님의 정기검진, 얼마 전 발견한 초기 암치료, 고관절 수술 등 대기기간도 짧고 모두 무료로 진행되었다. 추가로 간호원을 집으로 보내주며, 병원방문 후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도 불러주며, 고관절 수술 후 주가적인 마사지와 페디큐어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했다. 물론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도시가 대학과 의료시설로 가장 잘되어 있는 곳이긴 하기에 평균적인 프랑스인들의 경험은 아닐 수도 있다.
사람들마다 중요한 포인트들이 다르기에 한국이 좋을 수도, 호주가 좋을 수도 또는 프랑스가 좋을 수도 있다. 남편과 나는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삶에 만족하고 있다. 이번에 제공된 민생지원금은 받지 못했지만 그대로 부모님을 관리(?)하기가 편한 이곳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