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여유로운 식자재 쇼핑시간
시댁이 있는 몽펠리에는 광장들이 여러 곳에 있으며 그중 하나 시내(?) 근처에는 평소엔 분수와 카페들이 있는 공간이지만 일요일마다 작은 농산물 마켓이 열린다. 모두들 "근방지역에서 생산되는 000"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동네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줄이 긴 가게가 맛있는 곳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체리는 이 집에서, 딸기는 저 집에서, 라며 우리도 이곳저곳 줄을 서본다.
이틀 뒤면 떠나는 이곳의 마지막 추억을 저장하기 위해 남편과 시엄마 뒤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가장 편안한 옷과 신발을 신고 시장 가방을 들고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피부색도, 머리색깔도 다 다양하지만 모두들 가벼운 표정으로 일요일 오전을 즐기며 주중에 먹을 음식재료들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부드러운 햇빛에 조금은 덥게 느껴지는 날씨이지만 기모가 있는 점퍼를 입고 있는 사람도, 브라와 같은 탱크톱과 레깅스를 입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는 풍경이 낯설다. 여름에는 반팔을, 겨울에는 패딩을, 유행을 하면 나에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입거나 들어야 하는 한국 문화권에서 자라온 나에겐 자신이 춥게 느끼면 두툽 한 옷을, 덥게 느끼면 나시를 입고 나서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되는 옷과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은근히 부럽기도 하다.
다양한 선택을 한 사람들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모두들 시장 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가게도, 손님도 없다. 가게에서는 종이봉투에 포장을 해주고 손님들은 천가방이나 남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가끔 보던 왕골가방을 들고 다니며 야채나 빵을 담아가고들 있다.
예전 호주에 살 때 휴가 때마다 대구의 부모님 집으로 장기간의 비행으로 지친 몸으로 들어설 때마다 엄마의 첫마디 "왜 머리가 이모양이니?", "옷 새로 사야겠다. 내일 쇼핑같이 가자" 등등이 기억난다. 엄마는 화장도 안 하고 낡았지만 편한 옷을 입은 내가 창피하셨을까? 아무래도 유행의 개념이 없는 곳에서 살던 나는 나에게 편한 옷위주로 입는 것에 익숙해 있어 당시의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들과는 거리가 먼 촌스러운 옷들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는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부터 미용실과 백화점으로 나를 끌고 나가셨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5부 바지를 입는 당시 젊었던 남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엄마는 항상 나에게 남편이 추워 보인다고 걱정하셨다. 웬만하면 긴바지를 입히라는 말과 함께 남편의 옷까지 쇼핑 목록에 추가하셨다. 직장 생활하는 성인의 옷을 내가 골라주거나 입힌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웃고 잊었지만 엄마는 외국인이 사위가 여름이 아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불편하셨을 것이다.
그 어느 나라의 문화가 더 낫다고 보지는 않는다. 각 나라마다 다른 문화는 그곳에 가장 적합하게 발전되어 왔다고 믿기에 그 다름에 대한 비평을 하고 싶지는 않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날씨의 변화에 맞게 옷을 바꾸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웠을 수도 있고 우리보다 건강체로 태어난 유럽인들은 그만큼 날씨변화에 민감하지 않아도 잘 살았기에 자신에게 편안한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학문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기에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한국, 호주 그리고 프랑스를 주기적으로 오가야 하는 나는 그 차이점을 눈치챌 때마다 신기할 뿐이다.
남편은 옷차림도 이쁘고 항상 깔끔하게 나오는 한국사람들이 보기 좋다고 하며 나는 자기 개성에 맞게 자신만의 패션을 고수하는 프랑스인들이 마음에 든다. 지나치게 편안함을 추구하는 호주인들은 가끔 우리의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게 하는 경우가 있어 우리 둘 다 최애로 선택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