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외국인들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는 줄고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적어짐에 따라 대부분의 공장이나 농사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유지조차 힘들다고 한다. k-pop의 인기에 힘입어 늘어난 외국 유학생들, 결혼 이민자들 숫자 또한 무시 못할 수준이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일까?
호주에서 살면서 내가 직접 경험한 인종차별은 별로 없지만 다양한 경로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유는 모르지만 슈퍼마켓에서 쇼핑 중 나를 향해 빈카트를 밀어버리던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인지 우연히 거치적거리는 빈 카트를 밀어버린 그 앞에 내가 서있던 것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단지 더러운 기분과 마음속이 어지러웠다는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멜버른에서 좋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서 일을 할 때는 한동안 인도인에 대한 공격이 늘어난 시기라 내가 관리하던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다쳐서 들어온 학생과 만나기도 했다.
미국보다 학비가 저렴하고 회계와 엔지니어링으로 영주권을 받기가 쉬워진 시기인지라 수학에 강한 인도학생들이 엄청 몰려오고 있었고 호주현지생활에 적응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버리는 특유의 성향으로 그런 상황에 반감을 가지는 현지인들이 그들을 공격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었던 시기이다.
아마도 유학생활을 마치고 영주권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Local 경험이 없다고 공부한 분야로 진출하지 못한 많은 인도출신들이 택시운전이나 비슷한 진입장벽이 낮은 일들을 잠식해 나간 것 또한 반감을 많이 산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내가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 비록 교통비는 악소리 날 정도로 비쌌지만 택시나 버스 운전사들이 너무너무 친절해 감동을 받은 경험들이 많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유학생들의 대형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어주며 이곳저곳을 웃으며 관광 가이드처럼 설명해 주던 배 나온 백인 중년 아저씨들이 전형적인 택시 운전사들의 모습이었다.
버스나 전철 운전하시는 분들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직접 내려서 승차를 도우며 도착지를 확인하고 내리는 것까지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문화였다. 자주 보는 단골들은 이름까지 기억하고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택시 탈 때마다 불쾌했던 당시 한국에서의 경험이 남아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버스에 대한 경험이야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 한국도 친절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25년 전의 버스는...
* 당시 가난한 인도에서 중상위권에 위치한 계급으로 태어나 원하던 바를 휘두르며 성장해 온 나름 잘난,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던 똑똑한 인도출신 남학생들이 집안의 돈을 다 끌어모아 호주로 유학을 와서 영주권까지 받아내는 데 성공했는데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 있는 회사는커녕 작은 회사에 조차 취업이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고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택시 운전에 좋은 서비스를 더하긴 힘들지 않았을까? 평생 남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 본 적이 없는 신분으로 그 자괴감을 떨쳐내기가 힘든 삶이 아니었을까?*
*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이거나 차에 문제가 있어 부른 택시운전사가 내 짐을 챙겨서 트렁크에 실어주지도 않고 인사도 제대로 안 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비싼 비용을 내야 하지? 최근에 택시를 타면 이 피부색 검은 운전사들은 운전을 험하게 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평온했던 일상에 느껴지는 변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그동안의 삶이 너무나 평온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한동안은 인도 또는 비슷한 외형의 사람들이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가 많았다면 코로나 때는 중국인이나 중국인으로 오인된 한국인들이 공격받는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과도기에 항상 있어왔다. 2차 대전 후 대거 유입된 유럽인들, 베트남 전쟁 후 몰려온 피난민들, 아프리카 내전 후 정책적으로 받아들인 수단난민들 등 호주의 역사 속엔 언제나 있던 과정이며 어느새 호주의 문화 속으로 융화되고 서로가 적응을 해나간다.
이런 과도기 때마다 나오는 뉴스들로 인해 호주인들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나도 안다. 없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예전에 휴가로 왔던 대구에서 들은 "Yankees go home"이나 단지 생김새가 중국인을 닮았다고 하면 화를 내는 한국인들이 호주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싸잡아서 칭하는 것을 난 어떻게 들어줘야 하는지....
난 아시아인으로 호주에서 공부하고 취업도 했는데, 심지어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파키스탄이나 동남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한국의 정부기관이나 회사에서 동등하게 일하는 모습을 볼 날은 언제일까?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차별받고 자라나는 혼혈어린이들이 있는 현실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에서 태어난 호주인이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호주인 남편과 대구에서 살고 있다. 워낙 다양한 시선을 견뎌온 삶이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에 관심도 없고 상처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이방인들에게는 좀 더 여유롭고 따뜻한 시선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웃하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