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외근 나가기 진짜 싫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입사한지 어언 10개월이 지났다.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상담간호사 포지션으로 입사하여 내가 운영하는 상담에 막 애정을 들이기 시작한 5개월 차. 이제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싶은 찰나에, 상담서비스 전체가 외주로 바뀌었다. 와우, 한치 앞도 모르는 스타트업의 세계라지만, 이렇게 서비스 전체를 외주로 돌릴 줄이야.
뭐 어쩌겠어? 스타트업도 위에서 까라면 까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주요 업무를 잃었다. (솔직히 퇴사 시그널이었는데!) 딱 그맘 때쯤, 팀장과의 트러블이 심해져, '이 때다~' 싶어, 팀 로테이션을 요청했다. 아니 근데 솔직히, 나도 누울 자리 보고 뻣는다고, 뭐 이리저리 갈만한(가고싶은) 팀을 찾아놓고 시작한 판이었다. 나름 구색을 맞췄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다가온 대표와의 면담. 나를 그 팀으로 보낼 수 없다며, 영업팀에 가라더라.
" 영업팀이요? 영업이요? "
윗 사람들은, 내가 간호사이니 병원의 생리와 분위기, 그들의 언어들을 이해할 것이며 그래서 회사와의 소통다리가 될 것이며 그래서 넌 잘할 것이며 뭐 그런 이상하고 이상한 말을 했고, 난 거기에 넘어갔다.
그리고 뭐 어쩌겠어? 이미 말했지만, 스타트업도 위에서 까라면 까야한다. 가라면 가야지 뭐.
솔직히 한켠으론, 살갑고 프로잡담러이자 사근사근한 성격의 내게, 주변 지인들은 '잘 할거야.', '혹시 또 몰라. 잘 맞을지도.', '새옹지마'로 삼아보자. 라는 얘기를 했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라며 의기양양했던 11월. 그 때 나는 퇴사를 했어야 했는데! (격분하여 느낌표 키패드를 쳐도, 담기지 않는게 서러울 뿐이다.) 1년이 2개월 남은 지금, 이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초등학교때 이동수업조차 싫어한 아이였다.
"으~ 나가는 거 진짜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