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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May 06. 2023

#11. 1년을 한 달 앞두고 또다시 퇴사를 외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선 역시, 이 방법 뿐이다.

 그니까 작년 9월 14일에, 대표와의 수습 면담을 마치고, 혼란스러운 맘에 '퇴사하고 싶다.'고 브런치에 글을 썼었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마음.'에 도망치듯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글에 녹여내니 꽤나 마음이 누그러졌었는데, 그로부터 7개월 20일 지난 목요일 3시. 팀장님께 '퇴사하고 싶다.'며 꽤나 갑작스러운 통보를 했다. 


 사실, 지금 다니는 회사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후회와 미련, 아쉬움을 가득할 것 같다. 힘든 일을 함께하는 팀장님과 팀원, 자유로운 사무실 분위기, 5분 거리 역세권, 점심값도 주고, 저녁값도 주고, 늦게까지 일하면 택시비도 내주고. 월급도 내 기준에는 적지 않고, 원하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볼 수 있고, 작은 회사여서 선택과 결정도 빨랐다. 무엇보다도 아침에 커피타임을 함께하고 점심을 같이 먹을 때마다 매번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마음 맞는 친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지 않아서, 기어코 퇴사를 결정했다.  


직무의 안 맞음. 이것보다 큰 확실한 퇴사사유가 있을라나.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처음부터 영업팀이었던 건 아니다. 회사에서는 상담업무를 전부 외주로 돌렸고, 일을 뺏긴(?) 나는 영업팀이 되었다. 사실 나도, 마음 한편으론 영업을 잘하지 않을까 싶었다. 꽤나 다정하고 친절한 단어를 잘 사용했고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사실, 심지어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영업은 나름 괜찮지 않을까 했지, 만. 


  난 중요한 걸 간과했다. 영업의 꽃은 어려운 걸 뚫어냈을 때의 느끼는 성취, 그것도 바로 '돈'과 연관되고 '매출'에 반영되는 새로운 계약을 따내는 일이란 걸.


  새로운 병원의 대표번호로 10번 넘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그는 누차 "괜찮아요. 저희 그런 거 안 해요."라며 냉정히 굴다가도 나의 절절한 노력이 가상해서인지, 결국 담당자를 연결해 준다. 그리고 애타는 마음으로 결국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다. 해도, 어째서? 신나지 않다. "해냈다!" 같은 즐거움은 없다. 이 계약 건이 더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안겨다 준다 해도, 기쁘지 않다. 돈, 돈, 돈 하는 현대사회에서 우습게도, 이런 계약들을 가득 채운다 해도 결국 파나메라는 못 타는걸? 그래서 오히려 이런 건 내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도전의 숫자가 떨어지고, 그래서 성과가 나지 않고, 그래도 주간보고를 위해 꾸역꾸역 채우지만, 결국 똑같은 반복이 계속 됐다. 


그동안 몰랐다. 나는, 보람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언제 보람을 느끼는가?


나름 회사에서, 이런 상도 받아봤었다. 썩 나쁜 캐릭터는 아니다. 


  영업직을 하면서 오히려 알았다.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질척일지언정 관계를 맺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전해주고 싶고, 때로는 괜찮다고 다독여주거나, 간호사로서 의료지식을 알려줘서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천 만원의 계약을 따내는 것보다 더 행복하단 걸.


  회사에 다니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해 보란 상부의 지시에, 더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 여러 마케팅 책을 읽고 강의를 내돈내산 한 적이 있다. 근데, 그것도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검진을 받게 하고, 편하게 병원에 다가가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매출과는 크게 관련 없는(!).


  이런 경험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다. 그래서 귀한 기회였다. 

"내게 이런 게 안 맞는구나",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전보다 더 알아가고, 후에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가 되기 위해 이번에도 퇴사를 외쳤다.   


(사실... 조금은 무섭다. 도대체 몇 번째 퇴사야ㅜㅜ 나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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