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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May 07. 2023

#12. 좋아하는 일을 찾은, 애인에 대한 심경고백.

제일 재미없는 소재, 별 탈 없는 사랑 얘기.

어른들 말에 의하면, 시간이 좀 지나면 '정으로', 또는 '전우애'로 살아가는 거라던데,

우리에겐 아직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지 않은 건지, 아침에 출근을 하고 나선 하루 내내 보고 싶고, 퇴근 후 집에 앉아서 함께 있을 때에야 온전한 나를 찾은 것만 같다. 팔베개를 하고 잠들 때면,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 싶다. 매일 밤을 그런 심정으로 마무리한다. 꽤나 근사하고 행복한 삶 아닌가?


우리가 연인이란 이름으로 묶인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전입신고 하에, 공식(?)적으로 같이 산 지는 3년 차.


어릴 때, 그니까 20대 초반엔 누군가 7년 연애를 한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재미(?)로 그리 오랜 시간을 연애하나 했는데, 웬걸? 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즐겁다. 콩깍지에서 벗겨진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23살에 처음 애인을 만난 내가, 벌써 30살을 넘겼다.


사실 쓰려는 얘기가 우리의 사랑에 대해서는 아니다. 물론 그것도 읽는 사람 치 떨리게 쓸 수 있지만(ㅋㅋㅋ) 

한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쓰고 싶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대한 고찰. 


온 맘 다해 기쁘고 축복을 전하고 싶은 진심을 통해,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 이야기. 

사랑하는 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눈 빛내며 말할 때, 또랑또랑하게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그 모습을 바라볼 때, 잘 되길 진정으로 바라며,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사람마저 울컥하게 한다는 걸, 그를 통해 배웠다. 


애인은 조리학과를 나와 여의도 한복판에서 망고주스를 만들다가, 가족 회사의 총무로 3년째 일하고 있었다. 폭풍이 나비의 날갯짓으로 시작한다고 했던가. 나의 한마디가, '그를 존경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나만의 '위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이제 모두가 엑셀을 쓰듯, 조금만 지나면 모두가 코딩을 하는 세상에 올 거야! 그러니 우리도 코딩을 배우자! 링크를 공유했으니까 한번 해봐" 


그때부터 그는 코딩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출근길에 막히는 길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이 아깝다며, 지긋지긋한 2호선을 뚫고 왕복 3시간을 대중교통을 타며 강의를 듣고, 퇴근 후 꼬박꼬박 2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 반이 지나고, 나름의 안정적인 세상을 깨내며 그가 퇴사를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너무 기뻤다. 진심으로. 

자신의 적성을 찾는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푸욱하고 내려앉게 만드는 사람1 강아지1


사실 우린 그럴싸한 게 없다. 모아둔 돈도, 집도 없지만, 그냥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루 반나절 이상되는 그 시간 동안 적어도 보람차게, 아쉬움 없게 지내길 온 맘으로 바란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그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꽤나 늦은 나이에 도전을 하는 게 내겐 감격이고, 감동이다. 



그리고, 꽤나 질투가 나서 그 아무것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 나도 덩달아 퇴사를 외쳤다. 근데, 같이 쉬는 내내 붙어 있을 생각에, 미뤄뒀던 등산을 하고 함께 놀 생각에 신나면, 철이 너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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