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경험하는 것보다, 차라리 쉽고 편한 치트키 아닌가요.
약 6년간 퇴사를 5번 한 나름의 프로 이직러로서, 사직서를 마지막 결재라인까지 결재받고 나서, 신성한 마음으로 치르는 의식 같은 게 있다. 이름하여, 전화 타로사주
나름 단골(?) 전화 사주집도 있다. 매번 퇴사가 확실해지면, 카톡 친구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는 그녀에게 연락을 보낸다.
나 : 혹시, 가장 빠른 일자로 저녁 7시 이후에 상담 가능한 날짜가 있나요?
그녀 : 다음 주 목요일 이후에나 가능해요. 복채는 카카오뱅크 120-xxxx-xxxxx로 5만 원 보내주세요
나 : 입금 완료했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선생님!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내가 지금 잘 퇴사하는 건지, 다음에 어떤 회사가 기다리고 있으며 지금 회사보다 사람들은 나은지, 도대체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 근데 오히려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갖 미신에 기대 본다. 타로며, 신점이며 요즘은 MBTI까지 들춰가며 퇴사를 합리화(?) 시킨다. 나는 지금 순리에 맞게 하는 것이다. 잘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명이다.
그래서 이번 합리화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대운수가 3인 나는 33살에 명예와 돈을 다 얻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가 ENFJ 적성인 '강사' 또는 '상담가'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퇴사를 해야한다. 퇴사를 해서도 근근하게 소득이 있을 테니, 더더욱 퇴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쓰면서도 어이가 없고 웃음이 픽픽 나오지만, 뭐 어떻게 늘 진지하고 진중하게만 살겠는가. 진지하게
뒤돌아보고 고민했던 시간만큼, 이런 식으로 유쾌하게 종지부를 끝낼 필요도 있지 않겠는가.
믿어서 한다기보다, 재밌어서 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