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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Sep 14. 2022

#3 뒤통수가 땅을 마주 보게  되는 순간

하늘을 보지 않아서 일자목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

 우리 집 버르장머리 없는 볼리(왜 이런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차츰 풀어내기로 하고)는 내가 오전에 한번, 남자 친구가 저녁에 한 번씩 산책을 시킨다. 하루에 두 번씩 산책하는데도 체력이 넘치는 우리 집 강쥐.


 자율 출퇴근인 회사를 다니며, 볼리가 없었다면 나는 한없이 게으른 사람이 됐을 거다. 분명 아홉 시 넘게 잠을 자다가 대강 일어나서 나왔겠지만, 출근하고 퇴근까지 혼자 있을 강아지에게 죄책감을 느낀 나는, 눈곱만 떼고 그냥 옷을 걸치고서 (그 와중에 옷 위에 튀어나오는 가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윗 속옷을 착용하고) 아파트 단지를 돌고 또 돈다.


그러다 오늘은 아파트 주차장 공터에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데, 꽤나 오래간만에 보는 하늘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을과 여름의 하늘은 구름이 다른데, 여름의 눅진함을 한껏 걷어낸 가벼움이다.


어릴 땐, 겉멋이 들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하루에 하늘을 3번은 보는 어른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그게, 한 28살까지만 해도 '뭐, 하늘을 세 번 이상 안보는 사람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기고만장했었는데 정말 나는 하늘을 보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누가 내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보면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땅에 돈이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는것도 아닌데... 나는 점점 땅바닥'만'을 쳐다보는 어른이 돼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 보니,  뒤와  뒤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요즘 사람들이 목디스크니 일자목이 되는 이유는 , 하늘을 보지 않은 탓인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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