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지 않아서 일자목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
우리 집 버르장머리 없는 볼리(왜 이런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차츰 풀어내기로 하고)는 내가 오전에 한번, 남자 친구가 저녁에 한 번씩 산책을 시킨다. 하루에 두 번씩 산책하는데도 체력이 넘치는 우리 집 강쥐.
자율 출퇴근인 회사를 다니며, 볼리가 없었다면 나는 한없이 게으른 사람이 됐을 거다. 분명 아홉 시 넘게 잠을 자다가 대강 일어나서 나왔겠지만, 출근하고 퇴근까지 혼자 있을 강아지에게 죄책감을 느낀 나는, 눈곱만 떼고 그냥 옷을 걸치고서 (그 와중에 옷 위에 튀어나오는 가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윗 속옷을 착용하고) 아파트 단지를 돌고 또 돈다.
그러다 오늘은 아파트 주차장 공터에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데, 꽤나 오래간만에 보는 하늘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땐, 겉멋이 들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하루에 하늘을 3번은 보는 어른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그게, 한 28살까지만 해도 '뭐, 하늘을 세 번 이상 안보는 사람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기고만장했었는데 정말 나는 하늘을 보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누가 내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보면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땅에 돈이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는것도 아닌데... 나는 점점 땅바닥'만'을 쳐다보는 어른이 돼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 보니, 목 뒤와 등 뒤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요즘 사람들이 목디스크니 일자목이 되는 이유는 다, 하늘을 보지 않은 탓인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