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헤쳐! 모여! 하게 만드는, 치맥의 놀라움
심란한 하루가 연장되었다. 어제의 그 [지금의 나는 마땅찮지만, 나중의 나는 할 일이 많은 사람]이란 타이틀을 단 이후로 (이 타이틀은 점점 더 과장되고 거창해질 게 벌써 눈에 선하다), 나는 갈피를 잃었다. 오히려 잠을 못 자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개운해졌다. 물론, 이는 약간 마이너스 통장처럼 당겨 쓰는 체력인걸 안다.
좀처럼 결이 맞지 않는 팀장, 흥미롭게 불구경하는 방관자들, 그리고 불꽃 파편 속에 데이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짜 싫다. 퇴사하자.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그들의 의도였든, 아니면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든,)눈부시게 등장하는 히어로 같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네 편'이라고 알려주는 차마 예상치도 못한 사람들. 그 덕분에 오늘도 결국 모든 일은 사람들로 엮인 일이란 걸, 일 혼자 돌아가는 건 없다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내가 '이 사람들 앞에서는 서럽고 괴로운 걸 가감 없이 이야기해도 된다.'는 신뢰감을 주는 사람들. 물~론, 이건 크나큰 오만이자, 자만이자, 실수일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람이 좋은 나는 오늘도 사람으로 위안을 얻는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중요하다.
또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조금 '힙'한 집에서 치맥을 할 수 있었다. 노포였는데, 머리가 센 할머니 두 분은 말없는 다정함과 노련함을 보여줬다. 그래, 때론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지만, 언어가 쉬워진 세상에서는 행동이 더 클 수도 있지. 그냥 가득 찬 뼈통을 치워주는 그 정도의 섬세함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