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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Jun 28. 2023

#28. 유월무드 촬영 후기

웃을 때면 꼭 닮은 우리를 기록한 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날짜를 잡은 뒤 식장을 예약한 뒤 흔히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메이크업, 드레스)를 하나?


우리의 시작은 웨딩촬영 예약부터였다. 유월무드 사진 한 장에 반해버렸다. 사진은 한없이 자연스러워 보였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스했다. 결혼사진. 기왕이면 우리도 그렇게 남기고 싶었다. 만약 예약이 안된다면, 그다음 후보는 없었다. 결혼식을 미루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우선 계획한 내 평생의 결혼식은 한 번이기에 원래도 후미콘(후회와 미련의 아이콘)인 내가 평생 뒤돌아 보게 된다면, 오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미루지 않아도 됐다! 예약을 성공한 것이다. (우린 실제로 그 후에 식장을 고르고, 결혼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꼬박 일 년이 지나, 촬영을 위해 제주에 왔다. 그리고 2023년 장마도 함께 왔다.ㅋㅋ 작가님은 우리가 제주에 오기 전부터 비가 많이 올 것이라며 걱정어린 연락을 주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다음은 없었다. 내 결혼 여정의 시작은 유월무드였기에. 속옷까지 다 젖는 한이 있어도ㅋㅋㅋ 한 장이라도 남겨야 했다.


 촬영 당일 새벽까지도 작가님께선 비가 많이 올 거라며, 연락을 하셨지만 우리는 이미 마음먹은 상태였다. 촬영이 중단돼도 그것마저 즐기기로!!


촬영 전날엔 무지개가 이렇게 떴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선물이 더 감동적인 법. 작가님들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해주셨다. 원래는 주로 야외에서 기록을 남기지만, 짙은 장맛비에 스튜디오 장소를 마련했으니 거기서 만나자고 하셨다.


사실, 우리 예산을 유월무드에 다 썼기에, 스튜디오 촬영은 따로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욕심낼 만큼 찍히고 싶던 작가님도 없었는데) 유월무드 작가님들이랑 스튜디오 촬영을 할 수 있다니! 이럴 때야 말로 '오히려 좋아!'를 외칠 때가 아닌가!


오히려 좋아!




서로가 잘 어울린다, 또는 인물 좋다는 말보다 '닮았다'는 얘기를 더 좋아한다. 우린 특히 거리낌 없이 웃을 때, 정말 닮았다. 하물며 우리 부모님과, 애인의 부모님, 주변 가족들도 닮았다고 한다. 함께 동시에 진심껏 웃는 걸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렇게 말한다.


오늘 우리가 찍힌 사진도 몹시 닮게 나왔다. 찍는 내내 겉치레 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겠지.


작가님들 덕분에 어색하지 않았고, 장난치고 까불다가도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예쁘다고 쉼 없이 얘기해 주고 귀엽다고 칭찬받으며 잠시 우리가 로맨스영화의 주인공인 양 마음껏 표정 지었다. 들판에서도 마음껏 뛰고 숲길을 걷고, 안기고 입을 맞추고, 눈 지그시 맞추며 함께했다.





뿌연 숲길 속에서 바로 앞에 있는 애인의 눈을 바라보다가, 검은 동공 속에 내가 보이고, 그 안에서 문득, 사랑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식장을 다닐 때도 잘 몰랐는데, 이제야 진정으로 ‘우리가 결혼하는구나.’ 싶었다.


혹시, 유월무드를 찍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갈팡질팡의 이유가 사진스타일 때문이 아니라면, '꼭 하시라'고 전하고 싶다.


나를 몹시 애정해 주는 친구, 애인을 통해서 믿게 됐다.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만이 나를 좀 더 사랑스럽게 찍어줄 수 있다는 걸. 유월무드 작가님들은 카메라 속 피사체에게 온전한 애정을 쏟는다. 심지어 행동과 말에서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결과로서 증명해 낸다.


오늘의 기억으로, 살면서 쏟아지는 장대비 같은 일들도 기꺼이 감수해낼 수 있는 힘이 한폭 늘었다.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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