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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Sep 04. 2024

#40.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은 오히려 쉽다.

사실 다 알고 있다. 놓는게 쉽지 않아 그렇지.  

요즘 내 주변 직장인은 크게 2 분류로 나눠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과, 찾지 못한 사람. 이 둘은 서로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부는 좋아하는 일을 찾은 쪽에 가깝다. 결혼 이후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게 됐는지, 이후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 지 공유해보려 한다. 왜냐면, 생각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걸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더라.




좋아하는 일을 찾은 ver1.

남편은, 좋아하는 일을 35살에 찾았다. 분명 함께 시작한 코딩공부였건만, 나는 3시간 만에 때려치우고, 그는 방통대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할 정도로 2년째 푹 빠져있다. 그는, 휴, 정말 그는. 개발자로 10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고, 월, 화, 목은 밤 10시까지 직딩 개발자 부트캠프를 한다. 그 이후 1~2시간 정도 개발 책을 읽다가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할 때조차 코딩 강의를 듣는다.(화장실 문 밖으로 강의 소리가 다 새어 나온다.) 토요일도 죙~일 코딩을 하고, 일요일은 별일이 없으면 코딩을 하거나 강의를 듣는다. 직업도 취미도, 특기도 코딩인 그런 상황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다. 겜돌이던 그는, 코딩을 만나고 삶이 바뀌었다.  


어제는 문득 남편한테, "오빠 내가 다 지긋지긋하다. 코딩. 어휴. 그렇게 재밌어?"를 외쳤다. 그는 "그럼 아직도 얼마나 볼 강의가 많은데!"라며 유데미나 패캠에서 구매한 강의 목록을 자랑한다.

내가 인스타를 보듯, 남의 깃허브를 보며 도파민을 찾는 그.


좋아하는 것을 찾은 ver2.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새벽 네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버스 첫차, 4호선 첫차, 6호선 첫차를 거쳐, 한 시간 만에 요가원에 가서 1시간 반가량 수련을 끝내고, 한 시간에 거쳐 2호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한다.


일어나서 침대 옆자리가 비어있는 걸 보는 남편은 "도대체 어떻게 해? 나는 일곱 시에 일어나기도 힘든데"라고 하지만, 나의 마음과 답은 간결하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 뭐. 일곱 시보다 네시에 일어나는 게 덜 힘들어. 그리고 회사 가는 게 힘들지, 요가하러 가는 건 기쁘고 즐겁지."라고 말한다. 자랑같은가? 어쩌면 자랑일 수도 있다. 나도 가끔은 내가 대단한 것 같으니까.

1분의 시간도 아까워서, 요가원에서 옷 갈아입는 시간도 아끼려고, 흰 원피스 아래 검정 레깅스, 그리고 흰색 힐 샌들을 신고 가는 어마 무쌍한 패션을 보라.




사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그저 해보는 것뿐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게 전부다. 뭐든 좋다. 취미부터 시작해도 된다. 나는 가까워서 시작한 요가였고, 남편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배운 코딩이었다. 꽃꽂이, 강아지 간식 만들기, 뜨개질, 재봉틀, 커피 내리기, 베이커리, 요리, 네일아트, 미용, 때론 새롭게 공부하는 것도 좋다. 강아지 봉사도 좋고, 주식, 채권, 코딩,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등


운이 좋다면 어릴 때부터 발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러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듯하다. '우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건 매번 가장 나중 일로 미뤄진다. 그러니 기반이 조금 다져진 30살, 40살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무엇인지'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해보는 방법뿐이란 걸 알게 된다. 나름의 간접 체험으로는 교보문고에 가서, 여러 분야의 책들을 막 뽑아서 읽는 방법도 있다. 막상 경험해 보면 '에게게?' 하는 경우와 '와 씨 이게 뭐야?' 하는 감탄사가 오고 갈 거다. 근데 이건 간접체험이고 실제로 잠시라도 시간을 들여 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게 된다. 내가 요가책을 먼저 읽었다면, 아마 지금같이 좋아하진 않았을 거다.


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체력이 없고, 출퇴근시간을 포함하여 최소 11시간 정도를 회사에 할애하기에,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일은 늘 뒷전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렴풋이 안다. 어떠한 회사를 다니든 (내가 사장이 아니라면)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나, 나의 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최근 요가를 업으로 삼아보려, 시도했지만, 현실에 부딪혀 사직서를 물렀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면 어차피 또 헤어지던데, 어쩌다 난 또 이런 결정을 했는가.) 퇴사하고 들으려던 교육을 듣기 위해, 5일간 휴가를 내고 우리 요가원의 원장님의 선생님인 마크달비, 조앤 달비선생님의 아래에서 놀라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

오늘은 등을 부풀려 숨을 쉬는 방법을 배웠다. 다운 독에서 목과 어깨가 편해지는 방법도.


상상치도 못했다. 내가 몸으로 자유를 느끼고, 행복할 것이란 걸. 몸을 움직이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는 걸.


역시나 삶은 요동치고 계획은 늘 틀어진다. 그러니,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으므로, 만약 언젠가 덕업일치를 꿈꾼다면, 재지 말고 이거 저거 다 해보면 좋겠다.


워크샵 5일 중 2일이 지났다. 이 시간을 기억해보려 5일간 글쓰기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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