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20
망했다, 인스타툰을 그리기 싫어졌다.
벌써 그림 계정으로만 네 번째 파게 된 계정이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극악의 악덕 부서를 만났고, 겪었던 수모들을 에피소드로 풀어보자며 시작한 게 인스타툰이었다.
퇴근 후 세시까지 밤을 새워가며 연재했을 정도로 열심히였지만 원하는 부서로 전배를 가게 되면서 손이 가지 않아 접어 버렸다.
이후 회사가 힘들 때, 마음이 힘들 때 몇 번 더 계정을 만들었었고 모두 10회 이상 연재를 하지 못하고 계정을 탈퇴시켰다.
그런 내가 40회를 연재해 온 계정이었는데..
하기 싫어졌다.
나는 이 기분을 잘 안다. 불꽃같이 타올랐던 열정이 어느 순간 파스스 식어버리는 기분.
내가 주기적으로 반복해 왔던 인생 루틴이자 정말 고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퇴사를 앞두고는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되는데, 분명 퇴사 버튼을 누르기 전까진 평생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나는 그냥 퇴사를 해버리고 싶었던 걸까?'
퇴사를 결심하니 바뀌어 버리는 나의 마음을 보며 역시 나는 퇴사할 인간이 안되었던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아직 '실수'가 되지는 않았다. 소홀해지긴 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고비를 잘 넘기면 처음으로 극복한 사례가 되려나.. 여러모로 복잡해지는 심정
퇴사를 결정한 것이 두려워졌지만 극복해 보기로 마음먹은 D-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