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일 Oct 02. 2023

새벽 4:44 창 밖


팍세, 도시, 차가운, 건조한 곳으로 옮긴 지 2주째, 그 전의 시골에서는 별을 볼 여유가 있었는데 의례,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밤하늘을 높이 들여다본 적이 없다. 밤이 되면 곳곳의 건물이 저마다 하나 두 개는 불을 밝히고 있으니, 시선이 빼앗긴다.

해가 진 늦은 밤에도 숙소 주변은 여러 조명이 서로 부딪힌다. 여러가지 업무, 해결해야 했어야 하는 것들이 꼬일대로 꼬여 터져버린 지금, 머리는 복잡하고 붙잡고만 있다 보니 몸은 여러모로 피곤하다.

월, 화, 수, 평소보다 늦게 자고,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다 보니, 피곤함이 몰려든다. 무리 없이 하기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늘 수요일은 제일 피곤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목요일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결정의 순간. 시골에서 한 것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찍 잠들기 선택지를 오랜만에 정한다.

아직은 새벽녘, 얼핏 정신이 들었을 때 보이는 창 밖은 새까맣다. 옆집의 닭은 아직까지 고요한 걸 보니 일찍 일어난 것이 맞는 것 같다. 더 자고 싶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업무가 있다.

화장실 볼일이 생각나 비몽사몽에 갔다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렸다. 놀라지 않게 그냥 일을 보고서 알아서 사라져 주길 바라며 방으로 왔다.

잠을 깼다. 그리고 얼마나 어두운지를 보려고 창 밖을 보았는데, 뜻밖의 별이 나에게 쏟아졌다. 드문드문 보이긴 했지만 한국보다 많다고만 생각했지 시골보다는 당연히 적다고 생각했었는데, 깊은 새벽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에 본 새벽하늘에는 오리온자리부터 잘 알지 못하는 별자리, 별들이 촘촘히 밤을 반짝이고 있었다.


뜻밖의 횡재.


어설피 잠에서 깼을 때 봤던 휴대폰 시간은 네 시 사십 사분이었다. 어쩐지 찜찜하다 생각했는데 뜻 밖에, 별을 보게 될 줄이야.

아직까지는 많이 컴컴했고, 11월 중순은 중순인지 해가 짧아진 것이 느껴졌다. 업무를 할지 달리기를 할지 고민!

오늘의 저녁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달리기로 결정했다.

개들이 두려우면 여차하면 뚝방으로 올라가도 되니까.

밤이 될수록 앞은 보이지 않겠지만 서서히 동이 터 오고 밝아지면 닫을 수 있는 곳, 위험한 곳이 구분될 테니 걱정될 것이 없었다.

꾸물거리다 조금 늦은 다섯 시 십 오분, 이십 분이 되니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의 완주가 끝난 후 새롭게 시작하는 첫 단계라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달리기, 선선한 공기와 가끔씩 운동을 하는 이들의 존재가 위로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맛있다는 말 한마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