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고 추천받은 까오삐약집을 찾아갔다.
일요일이지만 마쳐야 하는 게 있다 보니 초조하긴 해도 일찍부터 시작하진 않았다. 어쨌든 컴퓨터 연결해서 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구름이 가득한 날씨다.
아침부터 이글거리며 끓어오르지 않았을 것 같은 날씨.
점심은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해야 하는 걸 하면서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로비를 나가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다급하게 우산 하나를 빌려 쓰고 나가자 우산 위로 빗방울 소리가 타다닥 느껴진다. 햇빛이 없으니 확실히 바깥공기도 걷기에 충분하다.
까오삐약집은 과일주스집 가기 전쯤. 오른쪽 코너를 돌아 팍세 호텔 쪽으로 직진하다가, 호텔 블록으로 진입 전에 오른쪽으로 꺾어 한참을 간다.
몇 번의 교차로를 지나면, 모퉁이에 그 집이 있다.
일요일 날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다행히 메뉴판에는 라오스어와 영어가 같이 쓰여 있었다. 고명으로 돼지고기튀김(무껍) 올린 까오삐약을 시키고 기다린다. 가게 한쪽에서 소년이 벽에 붙은 회전 선풍기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에게 맞춰준다. 조금 기다리자 국수 한 그릇과 채소 한 접시가 나온다. 국물은 간이 적절하고 짜지 않은 깊은 맛이었다.
추천받기 충분한 식당. 상추와 민트를 뜯어 넣고, 롱빈을 아작아작 씹으며 진한 국수를 천천히 먹는다. 쭈뼛거리며 앞에다 놓아준 보리차 같은 물도 고소하니 맛있다.
한 그릇 다 비우고 계산을 하러 주인 할머니 같은 분에게 메뉴판의 2만 킵을 확인하고 돈을 맞춰서 내밀었다. 그러면서 ‘엄청 맛있어요!(쎕 라이)’라고 하고 돌아서는데, 할머니가 오천 킵을 돌려주셨다.
분명 만 킵짜리 한 장, 오천 킵짜리 한 장, 이천 킵 두장, 천 킵 한 장 해서 총 이만 킵을 드렸는데.
이방인이 혼자 뚜벅뚜벅 와서 한 그릇 먹고서 맛있다는 말에 깎아주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