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을 다녀온 다음날 아침, 바닥에서 무언가를 줍다 등 정중간을 삐었다. 말 그대로 근육통. 일단 출근을 해야 하니까 별 수 없이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그마저도 힘들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서두르는데 등 정중앙이 마비되어 팔도 제대로 뻗지 못할 만큼 찌릿거린다. 몽둥이 같은 걸로 여러 번 두드려보지만 차도는 보이지 않고 그냥 고통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프다고 내색해 봐야 뾰족한 수도 없고, 퇴근시간만 기다린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도 고통스럽고 빨리 호텔에 도착하기만 기다린다. 저녁을 건너뛰고 바로 마사지가게로 달려간다.
이미 여독을 풀기 위해 어제도 받았는데 뭔가 아무튼 이상하다. 평소에는 코코넛 오일로 이완시키면서 풀어주는데 오늘은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파스 같은 것을 설명해야 하는데 주섬주섬 찾다 보니 누군가 파스를 썼었는지 멘톨향이 나는 동그란 유리병이 매트 옆에 놓여있었다. 이걸로 해달라고 여러 번 손짓으로 보여주자 알겠다고 하고 파스로 등 여기저기를 풀어줬다. 이상하게도 차도가 보이지 않아서 끝나고 나서도 다시 더 주물러달라고 등에 손을 짚자, 그녀는 충분히 눌러주었다.
석연치 않은 등 상태. 평소에도 아프던 무릎의 고질적인 통증도 없애줬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다음날이 되어도 통증이 덜해졌을 뿐 찌릿하고 뻐근한 상태는 나아지지가 않았다. 외부에서 특별히 식사 초대를 받았지만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이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같이 지내던 이들과 가서 그 서먹한 기분을 느끼기도 싫을뿐더러 목과 몸이 뻐근한 상태라 여러 가지 나쁜 기색이 보일까 봐 피하고만 싶었다. 그 자리를 거절하고 등을 풀기 위해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나서본다.
첫 번째 마사지가게는 메콩강변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숙소와 좀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의 마사지가게였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솜방망이 사진을 걸어둔 것을 봐서 뜨거운 마사지가 되는 것 같았다. 가게에 들어가니 맞이하는 사람도 없고 카운터는 비어 있고 저 구석에 반쯤 누운 사람이 그제야 고개를 돌린다. 메뉴가 있냐고 물었더니 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고 사진의 여자가 받고 있는 솜방망이 마사지를 여러 번 가리키자 밖에서 누군가를 불러온다. 그리고 어디선가 메뉴판을 꺼내는데 메뉴판에 ‘핫 마사지’가 있었으나 안된단다.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나서서 한참을 걷기 시작했다. 세네 블록 떨어진 팍세 호텔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기라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곳도 있었던 것을 봐서 여차하면 그 주변을 헤매다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팍세 호텔 맞은편의 마사지가게에도 뜨거운 방망이 마사지는 없었고, 그 근처에 최근에 생긴듯한 새 간판의 마사지가게에 들어갔다. 갸우뚱한 가게 내부. 그리고 메뉴를 들고 오자 핫 마사지를 발견하고 되냐고 물어봤다. 뭔가 곤란한지 자꾸 오일마사지나 다른 것을 권했다. 아무튼 이게 안되면 나는 가겠다는 내색을 하자 알겠다고 하고 올라가려고 했다. 아마 다른 것 보다 준비해야 하는 것이 이것저것 있으니 번거로웠겠지.
천천히 끓기 시작하는 전기냄비 안에는 허브향 나는 잎과 찻물에 솜방망이가 여러 개 적셔져 있었다. 모든 마사지는 다리부터 시작하는가 보다. 그렇다 보니 다리에서 뜨거운 기운이 다 하고 나서 등 쪽으로 올라오면 어느 정도 식어서 꿉꿉한 느낌만 났다.
여러 번 등으로 손짓을 해서 알려줬지만 몇 번을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다.
그 전날도, 그다음 날도 다른 종류의 마사지를 받았지만 목요일이 되어도 등은 계속 뻐근했다. 다행히 곧 주말이 있으니까 하며 안도를 하고 있었다.
등이 아픈 사이사이에도 달리기는 했지만, 주말이 지나자 앓던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방해물처럼 그렇게 꽉 막혀서 고통을 주더니 며칠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사라졌다. 아픔을 없애려고 노력한 덕분일까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 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