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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Aug 22. 2023

소원을 빌어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빌어본다.


10월 중에는 큰 행사가 있다.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때에, 여러가지 축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밤에 유등을 띄워 보내고 풍등을 올리는 것이다.

퇴근길은 유독 시끌벅적했다. 아침에는 보트 대회가 마을 쪽에 있어서 앰프로 시끌시끌 행진을 하듯 대회장소로 보트를 싣고 가는 차를 종종 봤는데, 한 팀이 상위권에 들어 수상을 했는지 트로피를 차 위에 들고서 행진하듯 천천히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 날 따라 유독 가판대에 뭔가를 파는 집이 많았는데, 평소에는 잘 못보던 곳에서도 곳곳에 소품처럼 아기자기한 것을 내놓고 앉아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어린 친구들은 품에 뭔가를 소중하게 안고 갔는데 알록달록하게 만든, 사찰 근처에서 가끔 본 듯한 색감의 무언가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주차장 오른쪽 직원들 공간에서 평소와 다르게 작업대 같은 곳에서 직원 몇 명이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들이 둘러앉아 뭔가를 하는 걸 본 적은 없다보니 궁금했지만 짐을 두려고 방으로 향했다.

씻고 나와 저녁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매니저가 어쩐 일로 우리에게 왔다. 그는 영어를 잘해서 우리에게 가끔 뭔가 알려줬는데, 오늘 저녁에 이벤트가 있다는 얘기를 하며, ‘보트’를 어떻게 한다고 알려줬다.

배를 띄운다는건지 탄다는 건지 아무튼 알송달송한 표정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자 그가 뭔가를 들고 왔다. 곳곳에서 봤던, 신성(?)하게 만든 듯한 유등이었다.

이걸 띄우고 소원을 비는 행사를 하니 관심이 있다면 오라고 했다. 내심 아쉬워서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지금 살 수는 없을거고,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사와야 했다고 말했다. 많이 아쉬워하자 그도 뭔가 안타까웠는지 자기네가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같이 앉아있던 우리 팀원도 참석하겠다고 했고, 먼저 간 팀원것까지 3개면 좋겠다고 하자, 그는 알겠다고 했다.


그들의 퇴근까지는 두 시간 정도 남았어서, 같이 밥을 먹은 이는 쉬었다가 다시 나오겠다고 했고, 나는 그 사이에 친절한 직원을 따라 처음으로 직원 전용공간에 따라갔다. 그를 따라간 곳은 아까 퇴근길에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뭔가를 하고 있던 거기였다.

어디에선가 나무인지 밑둥을 자른 듯한 동그란 원판 세 개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겉 껍질을 벗겨주고 최대한 평평하게 원판을 칼로 한번 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바나나잎인지 파초같이 넓은 잎사귀 하나를 가지고 와서,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순수 보여주었다.


넓은 잎맥을 따라 손가락 두께 정도로 여러 잎을 가른 후에 반으로 접어서 삼각형처럼 끝이 뾰족하게 여러 개를 만들고, 뾰족한 부분이 위에 오게 한 후에 원판 옆으로 동그랗게 두르면, 꽃처럼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아마 잘 만들면 연꽃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접고 접어 삼각형 잎사귀을 공장처럼 만들어냈다.

그 와중에 궁금하면 오시라는 연락에 나 혼자 하던 작업을 둘이 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옆에서 작은 못과 스텐플러를 빌려주며 유등이 완성될 때 까지 옆에 있어줬다. 중심에는 얇은 꽃을 꺾어 허옇게 빈 부분을 예쁘게 채웠다.


만든 사람이 이쁘게 만들 만큼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면서 만드는 듯 했다.

완성된 유등이 테이블 옆에 여러 개가 있었는데 모두 직원들이 만든 것이었을 것이다. 모양이 완성되면 초를 두 개, 향을 세 개를 꽂고, 지폐도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 위에 꽃던가 올려서 완성한다.

이미 본인들만큼의 초와 향의 개수를 맞춰 샀을텐데 뜻밖에 3개를 더 만들다보니 갯수가 모자랐다. 같이 만들어주던 직원은 자신들이 만든 완성품에서 초도 빼서 우리 것에 꽂아주고, 향도 빼서 꽂아주었다. 그러다니 잠시 다녀오겠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오더니 초와 향을 몇개 더 사왔다.

우리 때문에 일부러 사와서 돈을 주겠다고 하자, 그는 웃으면서 ‘버뺀양-’이라고 했다. ‘버뺀냥-’은 메뉴가 없거나 시킨 메뉴가 잘못 나와도 그냥 먹거나, 시켰는데 한참을 지나 안나와서 물어보면 앗- 할 때 우리가 그에게 하던 말이었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귀여운 ‘버뺀냥-’을 듣고 우리는 3개의 유등을 완성했다. 오지 않을 그의 유등까지 가지고서 직원들의 일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일본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세 분의 여자분들도 그 행사를 기다리는 듯 했다.

큰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우리와 일본팀말고는 없어서 예상보다 빨리 이벤트를 하게 되었다. 방에서 쉬고 있는 팀원에게 연락해 놓치지 않게 나오라고 하자 그는 조금 지나 나타났다. 숙소 직원들은 만든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고, 각자의 유등을 들고 여러 컷 사진을 찍고 강가로 천천히 내려갔다.


우리 3명, 일본팀 3명, 숙소 직원 4명.

천천히 불을 붙이고 불이 꺼지지 않게 조심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 한 발 한발이 제단으로 가는 것 같았다. 앞에 4명 정도는 정말 간절하게 뭔가를 비는 것 같았다. 사실, 여러 용하다는 곳에 가서 절도 하고, 빌어도 보고, 굽신거려 봤지만, 한 번도 그 기도가 현실이 된 적은 없었다.

오롯이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조차도 간절하게 빌어봤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가지를 빌어보았다. 하나는 구체적인 것, 하나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늘 그렇게 되기만 바라던 것.

오히려 너무 대놓고 만들어내라고 빌어서 괘씸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가 싶기도 해서 최대한 넓은 범위를 잡고 빌어보았다.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안될 가능성도 큰 소원.


메콩강이 이 소원을 어떻게 이루어주겠나?

나는 한국말로 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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