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울림이 있는 하루가 시작될 것 같다. 봄이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조급해진다. 꽃 때문이다. 나는 꽃을 키우는 사람은 아니고 바라보는 사람에 가까워서 반려 식물은 관엽이 대부분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동네 마트에 채소나 과일을 사러 갈 때마다 식물코너를 늘 들러보곤 한다. 앙증맞은 다육식물들은 꽃처럼 예쁘다. 다육이와 관엽 중간쯤 되는 듯한 카랑코에는 연중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내가 주로 샀던 절화는 소국과 장미인데 마음 쓴 만큼 오래 보기가 어려워 점차 작은 화분을 들이기 시작했다.
화분을 몇 개 들이다 보니 물 주기가 만만치 않아 졌다. 수업 때 도서 이동용으로 쓰던 내 트레이를 꽃차로 사용하니 물 주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몇 년 전부터 수업 도서를 들고 다니며 읽지 않고 크롬북을 활용한 코스웨어로 진행하면서 트레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빅마켓이라는 롯데그룹의 대형마트가 동네에 있던 시절에 산 트레이는 여전히 튼튼한데 빅마켓도 영어 도서도 사라졌다. 수업의 대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다. 내 개인 영어 도서를 활용한 소소한 영어 독서 시간도 영어 앱에 밀렸다. 개인 영어도서관에서 쓰던 책 대부분은 지인들에게 보내고 남은 책 천여권 정도는 소품이 되어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흐르고 흘러 바다로 나갈 것이다.
마침 아침 필사 문장도 디저트 브랜드 봄날엔 대표님이신 여수언니(정혜영)님의 책에서 왔다. <나의 봄날인 너에게> 문장이다. "춥고 시리기만 한 계절은 없고 영원한 어둠도 없다. 얼음을 깨고, 차가운 바람을 뚫고, 봄은 소리 없이 온다. 삶을 비추는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부드럽기를. 누구보다 활짝 피어날 당신의 봄날이 시작되고 있다."
나는 사실 내 화분의 꽃들보다 야생화와 계절 꽃을 좋아한다. 정성껏 물을 주고 시든 잎을 따주며 애지중지하는 것 같아도 강한 의리로 지내는 편이라 이따금 실내식물들에게는 미안하다. 오늘은 봄날이고 봄꽃들이 피어있으니 나가보려고 한다. 마음이 울렁이고 설렌다. 꽃바람이 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