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어린이들의 가요 사랑, 그리고 교사의 딜레마
붉은색 푸른색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초등학교 고학년 누나가 있는 한 어린이가 이 노래를 유치원에서 흥얼거리기 시작하자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온 교실로 유행이 퍼졌다......!
심지어 처음에는 가사도 정확히는 모르고 박자도 다 틀리고 웅얼웅얼 대며 불러대었는데도,
신호등 유행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교실 곳곳에서 뭔가 어설픈 신호등 노래가 울려 퍼졌다.
물론 교사인 나도 신호등 노래 정말 좋아하는데,
그렇지만 유치원 교실에서 가요가 울려 퍼지는 걸 제지해야 하는 건지, 가만히 놔두도록 내버려 둘 건지 딜레마에 빠졌다.
아마도 대부분의 유치원, 특히 7세 반 선생님들이 직면하는 흔한 딜레마이다.
이걸 제지해야 하나?
흠, '교실에서는 어린이들의 노래만 불러라'라는 것은 내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걸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가?
가요 중에는 가사가 아이들 정서에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가 그렇듯이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아 아이들이 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또 리듬이 유아 수준에 지나치게 복잡하기도 하다. 음역대도 동요와는 차원이 다르다.
교실에서는 동요만 부르도록 지도하는 교사들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결국은 내 생각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 학급의 교육방향은 오롯이 담임교사인 나에게 달려 있으니까.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결과, (물론 수면장애 때문에 못 잔 것도 있다:))
나는 아예 신호등 노래를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물론 원하는 어린이들에 한해서만^_^
신호등의 악보를 구해 보니 생각보다 피아노 반주가 어려웠고, 난 주말 내내 신호등만 연주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신호등 노래를 가르치겠다고 큰 마음먹고 출근한 그날!!!
어린이들에게 "혹시 신호등 노래가 어려워서 배우고 싶은 친구는 피아노 앞으로 오세요"라고 하니
웬걸, 모든 아이들이 하던 놀이를 내던지고 피아노 앞에 모였다.
너희..... 정말 이 노래가 알고 싶었구나...?
'적어도 곡에 나오는 '반복되는 리듬 패턴'은 배울 수 있을 거야',
'가사가 유해한 내용도 아닌데 뭐 어때',
'빠른 박자에 맞춰 가사를 부르려면 발음 연습이 필요할 테니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연습이 될 거야'
이 가르침의 교육적 효과를 짜내고 또 짜내어 스스로 정신승리를 하면서 소그룹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여태껏 해왔던 그 어떤 새 노래 수업보다 적극적으로 배움에 임했다. 하하....
우리 반 아이들은 피아노 반주만 해 주어도 스스로 반주에 맞추어 신호등을 합창할 수 있게 되었고,
아뿔싸, 심지어 다른 반 친구에게 신호등을 가사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나는 아직도 성인들을 위한 가요인 신호등을 가르친 내 교육적 판단이 정말 옳은지 확신할 수 없다.
학교로서의 유치원은 모든 학교급 중 가장 자율적으로 교육내용을 선정할 수 있는 곳이다.
자율성이 높은 만큼 정답은 없고 가이드라인은 흐릿하거나 애매하니, 무엇이 옳은지 답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리자나 선배교사가 해오던 옛날 방식이 정답이고 모든 교사들에게 관리자나 경력교사의 교육관을 따르도록 개별 교사의 자율성을 앗아가는 수직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지녔지만, 가장 교사의 자율성이 없는 유치원의 아픈 구조이자 현실이다.
내 교육적 선택이 옳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바라보는 교사의 교육관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교사의 교육이 틀린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반편견 교육을 실시할 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이 특별한 것이다"라고 교육하는 것처럼,
어쨌든 우리 반 아이들은 졸업 전 선생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좋아하는 노래 선물로 신호등을 선택했고, 즐겁고 정성스럽게 불러 노래 선물을 해 주었다.
아이들이 불러준 신호등 노래 동영상은 매일 밤 자기 전 재생해보고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데 한몫을 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