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뺏기는 유치원 교사

교권은 둘째치고 인권이 없는 유치원 교사의 삶

by 해봄

이른 아침 7시 50분,

하나 둘 교사들이 교무실로 모인다.

그리고 열쇠를 돌려 캐비닛을 열고 캐비닛 속 바구니에 핸드폰을 넣는다.


이제 이 교사들은 퇴근을 해서야(대략 19시경) 자신의 핸드폰을 다시 만난 수 있다.

'사립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 유아를 교육하는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걸 경험해본 사람 중 한 명이 나다.



나는 그 시절 고작 스물다섯인 초임교사였다.

유치원의 한 해를 시작하는 시무식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출근 후에 '교사 개인 휴대폰은 교무실에 제출한다'는 것, 제출한 휴대폰은 퇴근 시 다시 가져간다는 것.


물론 급한 일이 있을 경우 원감님께 이야기드리고 잠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초임 교사는 감히 말 한마디 꺼내기도 어려운 수직적인 분위기의 이 조직에서는 하루 종일 핸드폰에 손을 못 댄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교사들이 무슨 고등학생인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나 핸드폰 냈던 것 같은데......'

황당함의 충격이 머릿속을 쿵 울렸다.


그런데 그곳에 근무하던 선배 선생님들 모두 아무렇지 않은 반응이었다. 난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다는 생각마저 드는 중인데,

그게 이 유치원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내가 받은 충격은 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에 쓸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유치원의 조직문화가 아무리 폐쇄적이고 수직적이라지만,

그게 무려 근무시간에 교사 핸드폰을 제출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까?

(물론 모든 유치원이 이런 건 아니지만 하나의 사례만으로 충분히 충격적이라고 생각한다)


스물 다섯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고작 몇 년 더 인생을 살아보고, 유아교육과 교육과정과 발달심리를 깊이 공부하고, 교육경력이 쌓인 지금의 내 시선에서 휴대폰을 낸다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초임교사들은 이곳저곳의 눈치를 보며 선배교사들보다 먼저 허드렛일을 찾아보고 알아서 해 두느라,

띵동 소리에 총알처럼 현관으로 튀어나가거나,

따르릉 소리에 즉각 반응해 전화를 받아야 하는 등

셀 수 없는 잡무에 편히 앉을 시간도 없는 유치원 교사의 현실에 적응하느라 핸드폰 생각이 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소유물인 핸드폰이라는 물건을 성인인 교사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심지어 제출의 이유가 근무 시간에는 유아들에게 집중하라는 이유, 즉 교사들이 핸드폰을 보느라 유아에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잠재적 의심을 내포한 것이라면

더더욱 이건 인권 침해이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립유치원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교권이 보장될 리 만무하다.


교권은 교사의 전문성에 따라 교육할 권리이다.

교육할 권리인 교권이 사라진다는 것은,

교육이 사라졌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육이 사라졌는데 아이들은 배울 수 있을까?

당연히 배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건 아이들의 배울 권리인 학습권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유아교육을 애정 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아이들에게 집중' 하라는 이유로
교사의 인권을 빼앗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교권도 학습권도 모두 사라지는 일이니 실제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그저 유치원 관리자들의 교사를 길들이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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