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역경의 과정
나는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다.
지금은 질병휴직 중이지만,
얼마나 휴직하게 될지, 내가 스스로 면직하게 될지
기적처럼 건강이 돌아와 복직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휴직하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
내가 휴직을 결심한 건 작년 11월 즈음,
신규 개원에, 신규 교사들로 꽉 채워 발령을 낸
우리 유치원의 조직문화는 '가짜 민주주의'였다.
차라리 대놓고 수직적이었다면 덜 억울했을 거다.
항상 '민주적인 유치원 운영'이라며,
심지어는 교사가 아닌 관리자가 마땅히 결정해야 할 사안까지 회의를 열어 함께 결정했다.
회의는 언제나 도르마무, 똑같은 말만 반복되었고
관리자가 생각하는 답이 교사의 입에서 나와야 회의가 끝났다.
마치 기약 없는 스무고개 같은 나날을 2년째 이어오고 있었다.
당연히 민주적 회의를 가장한 스무고개에서 교사가 답을 맞힌 경우,
회의는 종료되지만 결정된 사안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과 뒤처리는 교사들에게 주어졌다.
회의에 참여하고 민주적으로 '함께' 결정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엄연히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바늘구멍 뚫기인 유치원 임용고시를 합격한 교사, 심지어 사립유치원에서의 교육경력이 있다 해도,
우리는 교사의 탈을 쓴 실습생이었다.
우리 반에서, 아이들에게 이루어지는 교육활동까지 사사건건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연히 나의 교사로서 직업만족도는 바닥을 쳤고
교권침해와 갑질의 선을 넘나드는 유치원 문화에
점점 시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학부모님의 폭언과 위협을 겪었다.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유치원은 일을 덮기 위해, 무리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 자료 다 안내면 어쩔 수 없이 교사 탓이야'라는 말로 들릴 정도로!
결국 학부모님께서 준 상처보다,
유치원에서 받은 상처가 더 커지는 바람에
유치원은 나에게 '트라우마' 공간이 되어버렸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에도 출근은 계속해야 하니,
유치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몸이 박살이 났다.
일상생활은 물론, 교사생활이 불가능할 경지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삶의 희망을 잃었다.
결국 원감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지금 맡고 있는 아이들 졸업시키고 다음 학기부터는 질병휴직 절차 밟도록 하겠습니다."
무려 3월부터 할 휴직을 12월에 말씀드렸다.
미리 기간제 교사, 휴직 절차를 알아볼 시간을 드린 것이다.
하지만, 나의 모든 휴직 절차는
'내가 매뉴얼을 공부하고, 관리자께 알려드려야' 진행되었다.
궁금한 사항이 생겨도 역시 '내가' 교육지원청에 문의전화를 해야 했다.
일단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다. 기간이 명시된!
매뉴얼 상으로는 '진단서에 치료 예정 기간 명시 필요'라고 명시되어 있다.
진단서에 적힌 기간만큼만 휴직
가능한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리의 학바학.
휴직기간은 증빙자료를 기초로 하여 '기관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내 경우는 '3개월 이상의 부정 장기간 치료 필요'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3개월만 인정받고 있다.
교육청에 아무리 질의하고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교육청은 기관장 편이다.
먼저 그 해에 남아있는 '병가'를 사용한다.
병가는 휴가 개념이기에, 본봉 다 나오고(당연히 매 달 나오던 각종 수당은 없다)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
병가를 모두 사용했다면, 잔여 연가를 사용한다.
나의 경우에는 1,2월 두 달을 근무했기에, 2달 근무한 만큼의 연가일수를 계산하여 사용했다
자세한 내용은 '교육공무원 인사실무 매뉴얼'에 있다.
진단서와 휴직원을 제출하면 된다.
휴직을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휴직 만료 15일 이전에 휴직연장원과 진단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이 말인즉슨,
휴직 연장할 때마다 15일이 깎인다는 점이다.
내가 만약 9월 30일까지 휴직 상태인데
연장을 원한다면 늦어도 9월 15일에는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9월 15일 - 30일간의 15일은 처리기간으로 그냥 날리는 거다.
내가 두 달 반마다 휴직을 연장하고 있는 이유다.
최초 1년간은 본봉의 70%, 다음 해 1년까지는 50%가 나온다.
이때 꼭 알아야 할 점은,
저 본봉의 70%가 모두 실수령액이 아니라는 점!
기여금과 각종 세금... 매달 떼 가던 그것들을
모두 공제하고 통장에 들어온다.
그래서 질병휴직을 하고 생각보다 실수령액이 적어 놀라는 경우가 많다. 미리 알고 휴직을 하도록 하자.
원칙적으로는 휴직 사유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불가하다.
하지만 교육청에 질의해본 결과 야간에 수업하는 교육대학원은 근무시간 외에 진행되다 보니,
교육청에서 진학을 못하게 할 수는 없고
아무리 휴직을 했더라도 교원이라는 신분이 살아있기 때문에, 자기 연찬에 힘써야 하는 건 같다.
다만 휴직기간 중 교육대학원을 통해 취득한 학위는 승진평정에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
나의 경우 석사학위 취득으로 얻는 모든 가산점을 포기하고 야간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역마다 다르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꼭 교육청에 질의하기!
안된다고 보면 된다.
매뉴얼에 뭐라고 적혀 있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원래도 금지하던 겸직이 질병휴직 중이라고 가능할 리 없다...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개인 창작물(서적 집필, 작곡, 유튜브)등은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무원의 족쇄는 휴직을 해도 똑같다고 보면 된다!!!
질병휴직 기간은 교육 경력에 산입 되지 않고,
이 기간에는 승급도 불가능하다. 대상자이더라도 승급 연수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질병휴직은 '교육공무원 신분만'유지되는 상태이다.
무조건 가능하다. 진단서만 있으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추천한다!
적어도 내 경험에선 휴직만큼 정신건강에 이로운 건 없었다.
'완치되었다' 거나, '정상근무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질병의 원인이 유치원에 대한 공포와 ptsd인 까닭에,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으려면 기적적으로 상태가 좋아져야 한다.
그런데, 우울증은 단기간에 쉽게 낫는 병이 아니고 완치보다는 '돌보며 살아간다'는 개념에 더 가까워 나의 복직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최대 휴직기간이 지나고 면직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나의 유치원 교사 시절과 우울증에 대한 글을 써왔는데,
검색어 유입의 대부분이 '질병휴직'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아픔으로 교직을 이어나가기 힘드신 것 같아 마음이 아려 왔다.
그만큼 질병휴직에 대한 정보가 절실한 것 같기도 해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정보성 글을 써 보았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어딘가가 아픈 선생님들이 당당히 휴직하고 회복해서 교육현장에 건강하게 돌아오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