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가 본 '태권도장'

너무 잘(?) 배워오는 곳

by 해봄

유치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학원이 여럿 있다.

피아노 학원,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 등등..

학원은 유치원 못지않게

아이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만큼 유치원에서도 '학원'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아이들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유치원의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단연 '태권도장'이다.


태권도에 다니게 되면 아이는, 색색의 띠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태권도 사범님을 따라 하원을 하게 된다.


처음 하얀 띠, 노란 띠 시절에는

태권도 이야기를 꺼내면 설렘 반, 부끄러움반이 섞인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놓는데 퍽 귀엽다.



태권도는 재밌는데 더 높은 띠 친구들이 지나가며

"나는 밤 띠인데~"라는 말들로 옆에서 자랑을 하니 주눅이 드나 보다.

선생님은 하얀 띠가 제일 멋진 것 같아!
처음 도전하는 게
얼마나 용기 있고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크게 외쳐주고 나면,

태권도에서 무얼 했는지 재잘재잘 이야기해준다.

들을 때마다 사범님이 존경스럽다.





태권도에서 너무 잘 배워온 나머지 유치원에서 감당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활동량이 아주 높은 아이의 경우 ,

그 에너지가 태권도로도 미처 다 분출이 안 되는지 유치원에서도 태권도장처럼 행동반경이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유치원 교실은 좁고 물건도 많아서 위험한데...!

아이를 자제시키는 교사도 힘들고,

아이도 그만큼 답답하니 스트레스를 받겠지.

유치원 교실이 '넓어져야' 하는 이유다.


유치원은 공간혁신 이전에 '넓어지는 게 혁신이다'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심플 이즈 베스트!





너무 잘 배워온 나머지 생기는 어려움이 또 있다.

바로 유치원에서는 듣지 못할 법한

'초등학생들의 언어와 노래'를 배워온다는 것!

말의 뜻도 정확히 모르면서 태권도장에서 만난 형들의 언어를 따라 하거나,

유행하는 성인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교사는 이런 상황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저걸 말려야 해? 말아야 해?

태권도장에서 형들을 만나는 아이에겐 당연 하지만 태권도장에 안 다녀서 자신보다 큰 어린이를 만날 기회가 없는 순수한 아이들에겐

문화충격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자제시키고,

뜻도 모르면서 하는 바르지 않은 말들을 알려주고,

유치원에서는 그런 말을 안 하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잔소리를 한다.

그래도 말이란 입에 한번 붙으면 쉽게 뗄 수 없어서

가끔씩 순수한 친구들이 듣기엔 공격적인 말을 하는데....! 들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하다.



가끔씩은 나도 태권도장에 다녀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궁금하고

아이들이 태권도장에 다녀오면 엄청나게 변화하는데,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태권도장에 다녀오면

엄청난 신체 활동 능력을 가지게 된다.

구르고 뛰고 줄넘기는 기본, 공한번 차면 저 멀리까지 날아가는데 무서울 정도다.

그런 에너지를 즐기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수줍음이 많았던 친구도, 태권도장에 다니고 나면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있어 덜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정말 신기하다.

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하원할 때마다 에너지가 넘쳐흘러 주체하지 못하는 여러 아이들을 카리스마로 한방에 제압해

인솔해가는 관장님의 모습에서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 아이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고, 마음껏 분출하게 만들다니. 태권도장은 여러모로 참 대단한 곳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태권도 사범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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