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외에는 카톡 하지 말아 주세요

난 카톡 감옥이 싫어

by 해봄

유치원 발령을 받고 꽤 초창기의 일이다.

첫 연락부터 밤 8시에 카톡으로 도착한 메시지였던 유치원답게,


아침저녁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 전달 카톡이 오갔다.

물론 급한 사안은 아니었고,

교사들은 그저 '네!'라는 답변을 보낼 수밖에 없는 내용들.




불편했다.

말 그대로 '카톡 감옥'에 갇힌 기분.

안 그래도 교직이 일과 삶의 정신적 분리가 어려운 직종인데, 평일이며 주말이며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ㅇㅇ유치원 김해봄 교사'로 사는 것 같았다. 난 이 카톡 감옥을 이 유치원에서 근무해야 하는 몇 년 동안 참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질러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출근은 8시 30분이다.

그런데 8시쯤 장문의 메시지가 온 것이다.

단순히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출근도 하기 전에 업무지시를 전달받다니,

출근하기도 전에 기가 쏙 빨리고 의욕을 잃었다.


딱 5초 고민하고 답장을 보냈다.

원감님, 이른 시간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런데 30분 후면 출근 시간이고 모두 얼굴 보며 대화할 후 있는데, 직접 만나서 말이나 메신저로 전달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카톡방에 정적이 흘렀다.......

내가 분위기를 깬 것 같아 미안했지만, 더 이상 아침저녁으로 오는 업무 카톡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원감님께선 내 자리까지 오셔서 사과를 하셨다.

감사했지만 더 불편해졌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죄의식이 나를 감쌌다.


업무시간에만 카톡을 부탁한다는 내가 이기적인 걸까?
그냥 카톡이 와도 신경 안 쓰면 되는 건데 내가 예민하게 구는 걸까?
내 말 한마디가 원감님이 공개 사과까지 하게 만들 일인가?

불편한 생각들이 오갔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업무시간외에 업무 카톡을 보내지 않겠다던 약속은 방학이 되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새벽,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물론 방학도 '업무하는 날이다'라고 항상 말씀하셨지만, 카톡의 정도와 빈도가 너무 했다.

방학인데 학기 중보다 더 숨 막히는 기분!



결국 나는 핸드폰을 하나 더 만들었다.

물리적으로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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