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은 '노들노들해'

나만의 공간에서, 모두의 공간으로

by 해봄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의 일부로 젖어들고 난 뒤,

텅 비었던 노들섬은 문화 예술의 공간이 되었다.

야외 오페라도 진행한다!

드디어 노들섬이 본래의 취지를 찾은 듯 하지만,

나는 내심 아쉽다.

노들섬은 나에게 '노들노들한' 위로를 주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들섬은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노들섬은 한강대교 '가운데'에 위치한다.

노들섬에 오려면, 한강대교를 반은 건너야 한다!

이런 위치 덕분에 나는 노들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지난 해, 공립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던 나는

엄청난 번아웃과 체력 저하에 빠져들었다.


매일이 버거운 하루였고,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랐고, 눈 뜨면 세상이 무너져 있기를 바랐다.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아토피는 이유 없이 팔과 다리를 빨갛게 물들이곤 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코와 목이 부어 식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죽하면 '인간 미세먼지 측정기'라고 칭할 정도로!

내 눈, 코, 목, 피부가 간질거리면 창문을 닫아야 한다는 신호였다!


편두통과 진통제는 당연히 달고 사는 것이었고,

내 자리에는 전용 구급약통이 있을 정도였다.

종류별로 구비된 개인 약들

이렇게 점점 시들어가던 어느 날,

서서히 잠을 못 자게 되었다.


처음엔 자주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다음에는 잠에서 깨는 정도가 빈번해지고

그다음에는 아예 잠에 들지 못했다.

몸은 바스러질 듯한데 잠을 못 자니 매일이 너무

고통스러워 이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우울증이고, 우울증을 내버려 둬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악화된 것이라는 걸...!




일단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수면 문제였기에,

일단 냅다 뛰고 기절하듯 잠들어보자!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밤 러닝을 시작했다.

바스러질 듯한 몸을 이끌고 러닝화를 신고,

러닝 벨트를 두르고,


비교적 일찍 퇴근한 날은 일몰 시간에

늦게 퇴근한 날에는 어두운 밤 시간에

집에서 한강대교 끝까지 달리고 또 달려 돌아왔다.

그때 만난 곳이 '노들섬'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면 노들섬을 찬찬히 둘러보며

쉬곤 했다.

복합 문화공간의 대부분은 텅 빈 공실이었으니,

노들섬의 잔디밭과 계단 위에 털썩 앉아

휴식을 취하며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이 섬은 '일몰 맛집' '야경 맛집' '분위기 맛집'이었다

홀로 아무 데나 앉아 하늘과 풍경, 한강과 야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노들섬은 '노들노들한' 위로를 주었다.
절대 가볍지 않고
어쩌면 묵직했지만 산들산들하게 다가왔다.

노들노들해

가볍지 않은 산들 거림이 묵직한 위로를 주었다.

'너 오늘도 고생 많았다.'

이렇게 거창하지 않지만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랄까!


수없이 들었던 힘내라는 말보다

노들섬의 노들노들한 공기가 더 진하게 와닿았다.



지금은 러닝도 하지 못하도록 더 약해졌지만,

가끔 산책으로 노들섬에 들르곤 한다.

이 공간에서 행사를 하는 날이면 그냥 지나치지만

아무 행사도 없는, 한적한 평일의 노들섬에서는


여전히 '노들노들한' 감성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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