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 국제 작가 축제에 다녀오다
나는 요즘 휴직 이후 제2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류애가 바싹 말라버렸고,
좋아지고 있던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지 않다. 글 쓰는 것을....!
그렇다고 글 쓰기가 싫은 건 아니다.
마음은 쓰고 싶은데 정작 하고 싶지는 않은 거다.
우울증의 증상은 이런 거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글을 사랑하는 사람,
글을 삶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무작정 작가 축제를 예매하고 다녀왔다!
몸 상태에 역시나 무리여서 꽤 고생을 했지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참여한 작가들의 대화 프로그램 주제는
바로 <글 쓰지 않는 시간>
글 쓰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작가님들의 방법,
글 쓰는 자아와 다른 자아를 구분하는(사실상 완전한 분리는 어렵지만!)것에 대한
작가님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마침 내가 고민하던 지점이었기에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의 1-2일에 한 번씩 부족하지만 글을 써 왔는데,
9월 중순 이후로 슬그머니 의욕이 떨어지더니
마침내 글 쓰는 시간을 만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글 쓰지 않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기도 했고,
나의 소중한 나날과 생각들을 글로 남기려 한 건데,
어느새 방향 없이 글을 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에 정이 떨어지기도 했고,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 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울증에 글태기가 겹쳤다고 해야 할까.....!
그냥 당분간 글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시골 할머니 댁에도 다녀오고,
가을이니까, 날씨가 좋고 가을 풍경이 아름다우니까
산책도 다녀오고 꽃구경도 다녀왔다.
미뤄두었던 영어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글이 아닌, 타인이 아닌, 일이 아닌,
나를 위한 '글 쓰지 않는 시간'을 가지니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그런데 글은 쓰기 싫으니,
대신 유튜브 브이로그를 찍었다.
유치원 재직 시절엔 그렇게 치가 떨리게 싫던 영상 편집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소중한 휴직의 나날이 영상으로 영원히 남게 되니 성취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브이로그를 찍어도,
내 머릿속 생각들을 남길 수가 없었다.
역시나 글을 써야 하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 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데
글 쓰지 않는 시간 동안 많은 생각, 경험, 감정들이
채워져서 쓰고 싶은 것은 가득하다.
무엇부터 써야 할지 정리가 안될 정도로!
작가 축제에서 이주혜 소설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모두의 삶은 대하소설이다.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글로 담아내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다.
나는 여러 이유를 대며 글을 쓰기 싫다고 했지만,
사실은 '글 쓰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기계처럼 글 쓰는 것에만 방점을 둔 나머지
나만의 대하소설을 그냥 지나쳐온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