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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Oct 29. 2022

동생에게 유치원을 추천한 아이

좋았으면 그걸로 충분해

이제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 같다.

사람이 여럿 모이는 각종 행사가 부활했달까.


그동안 코로나로 실시하지 않았던 입학설명회를

내가 몸담았던 유치원에서 이번 주에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작년 우리 반 학부모님이셨던 어머니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우리 반 아이의 동생이 유치원 입학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괜스레 어머님이 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은 모두 건강한지,

어머님은 복직을 앞두고 계셨는데 잘 지내시는지,

특히 우리 반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잘 지내는지,

근황을 여쭈고 싶기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대화 나누고 싶기도 했다.



처음으로 휴직해서 그 자리에 없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어머님께서 입학설명회에 오신

이유가 날 웃음 짓게 만들었다.

어머님께서 오신 이유는 바로

우리 반 아이가 유치원을 강력 추천해서

였던 것이다......!



항상 동생 이야기를 할 때는

동생이 크면 우리 유치원에 보내 해봄 선생님을

만나게 할 거라는 포부를 이야기하는 친구였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물으면,

"선생님은 마음껏 하게 해 주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랬다. 우리 반, 내 교실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학급의 규칙을 어기거나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면,

"선택은 마음껏!  안되면  어때?!"분위기였다.



그 아이는 1학기 내내 마음껏 하는 걸 힘들어했다.

주말 지낸 이야기를 마음껏 그리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할 때에도,

연필로 그릴지 필로 그릴지!?

색칠은 해야 하는 건지 바탕까지 칠해야 하는 건지?

여러 가지를 묻곤 했고 나는 항상

"** 마음대로 하세요. 원하는 대로 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이쯤이야 아이들이 마음껏 선택해도 되는
문제니까!!


그 아이는 2학기가 되어서야 차차 '마음대로 선택'

하는 것을 익히게 되었다.

원하는 대로 선택해 놀이하고, 놀이가 잘 풀리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곤 했다.

그만하거나, 다시 하면 되니까:)

아이는 그 자유로움과 책임을 유독 좋아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주도적인 어린이가 되었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동생에게 유치원을 '추천'해준 것이다.

어떤 표정과 자세, 말투로 추천해줬을지 안 봐도

훤해서 웃음이 났다.


그래도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8살 인생에서 매일 투닥거려도 가장 소중한 존재인

동생에게 유치원을 추천해주었다니....!


적어도 우리 반 아이에게 유치원은 '좋은 '으로 

기억된  같아 괜스레 뿌듯했다.


**아 유치원 생활 즐거웠니?
네가 즐거웠다면, 좋았다면 그걸로 됐어
선생님은 대만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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