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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Dec 14. 2022

교사이지만 교육자는 될 수 없어

유아교육에 관심 가져주세요

현재의 나는 유치원을 지독히 싫어한다.

나에게 유치원이란

이루고 싶은 꿈을 만들어준 곳,

그리고 동시에  꿈을 실현할  게 만든 곳이다.


적어도 내가 근무한 곳은

병을 주고,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는 곳이기도 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지만   본질을 잊고

어딘가를 헤매는 곳이다.




유치원에서는 교사에게

교육자로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성인군자가

되기를 요구하지만,


모든 것을 다 깨우친 성인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포기한 사람이 되어야

유치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을 유치원에 갈아 넣어 깨우친 답이다.





그런데 나는 글 속에서, 영상 속에서, 현실 속에서

언제나 유치원을 말하고 있다.

정말 슬프게도 난 유아교육을 아끼기 때문이다.

사실 유치원 교사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많은 눈물을 흘렸다.

말로는 "나 유치원 교사 다시는 못하겠어"

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마음  구석이 시리다.




학부 때는 전공에 큰 애정이 없었다.

하지만 유아 임용을 준비하게 되면서,

이 문장을 본 전국의 임고생들이 돌을 던지겠지만,

유아교육 공부가 참 재밌었다.


어쩌면 내 고득점 임용 합격 비결은 여기에 있다.

나는 유아교육 공부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유아교육에 대한 모든 내용이 내 머릿속에

온전히 나의 지식과 학문으로 들어오도록 

쳐버린 사람처럼 공부를 했지만 매우 건강했다.

한 과목의 모든 내용을 목차만 보고 줄줄 읊을 수

있는 정도가  때마다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렇게 흥미롭고 가치 있는 '유아교육'을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어 펼칠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을 때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두려움은 '이 어려운 유아교육을 내가 할 수 있나?'

설렘은 ' 가치로운 유아교육을 내가 하게 되다니!'





하지만,

현실의 유치원에서는 엄연히 교사이지만,
유아교육자가 될 수는 없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수업을 하려면

몰래 해야 했다. 놀이 보고서에도 올리지 않았다.

이 유치원이라는 곳에선 튀면 안 되니까.


수업을 준비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친 몸을 끌고 교실에 들어왔다는 것

만으로 기적이었다.

교사이지만 교육공무원이고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니까, 민원에 벌벌 떨어야 하니까.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공무원으로 보내야 했으니까.


그렇게 내가 꿈을 잃어버리는, 잊어버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아와 교사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쉽고 재밌는 활동 개발, 정말 실용적인 교육자료 제작

그리고

내가 연구하고 고민한 내용을 엮어 책을 쓰는 것,

선생님들께 도움을 주어 결국 유아교육을 돕는 것.

이게 유아교육자로서 진짜 꿈이었다.





아직 휴직으로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유치원 교사로 돌아갈 확률은 높지 않다.

의사 선생님의 소견으로 보자면, 복직은 기적이다.

스스로 관리 가능한 경미한 우울증 환자로만

나아져도, 엄청난 진전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유치원 교사가 아니면

유아교육자가 될 수 없는 걸까?


유아교육이 얼마나 인간의 발달에 있어 의미 있는지

유아교육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유아교육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지


입시 공화국인 우리나라 교육에서,

입시에서 가장 멀기에 가장 아웃 오브 안중인

유아교육을 알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다행히도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면서

유아교육 밖의 세상을 경험하고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꼭 교사가 아니어도, 유치원에 있지 않아도

유아교육을 애정 하는 진심을 담는다면

유아교육에 알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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