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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an 07. 2023

교원자격의 무게

면허 없이 운전하면 불법인 것처럼

지난 연말부터 '유보통합'으로 유아교육계가

뒤숭숭했다.

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소진되었는지 무력감이

나를 휩쓸고 있었는데,

유보통합 관련 소식은 나를 더욱 무력하게 했다.


이 상황에 유치원교사들과 보육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교원자격증'이 아닐까?




비록 유치원 현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지만, 내가 아끼던 전공, 애정하던 일, 추억,

20대를 바쳐 쌓은 커리어가 유아교육에 있기에


무력한 와중에도 나름 토론회도 보고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은 하고 있으려 했다.

일단 결론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현재의 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또렷하게 눈에 띄는 한 가지는 바로

유치원 정교사 교원자격증에 관한 문제.


지금까지 어린이집에서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만 3-5세 유아반을 맡을 수 있었고,

개정 누리과정도 운영해 왔다.


유치원은 교육기본법에 근거한 '학교'이기에

교원자격증을 갖춘 교사들이 유아를 교육하고

누리과정을 운영해 왔다.


지금까지, 성격이 다른 두 기관에서

다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유아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두통 유발. 문제의 시작점이다.




하지만 유보통합이 되고 교육과 보육이 모두

교육부에 소속되어 운영된다면....!

당연히 교육부의 기준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인지를 조절하여 적응해야 하니까!



물론 어린이집의 개정누리과정 운영도 훌륭한

경우가 많고, 누가 봐도 유아교육 전공한 사람처럼

개정누리과정을 운영하는 보육교사도 있다.

대학 동기들의 다수가 어린이집에 근무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의 많은 보육교사들이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은 가지고 있지 않은

보육교사들, 물론 이들을 싸잡아 유아교육의 자질이

없다고는 절대 단언할 수 없다.

당연히 훌륭한 능력을 가진 분도 계실 것이다.



토론회를 보아하니 보수교육 등을 통해 유치원

정교사 교원자격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교원 양성 시스템이, 교원 자격증이

고작 보수교육 정도의 무게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려있다.

유아교육과에 편입이나 재입학하는 방법

방통대에서 취득하는 방법

교육대학원의 양성과정에서 취득하는 방법,

그리고 실제로 이런 방법을 통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보육교사들도 많다.



유보통합으로 인해 지금까지 당연히 맡아오던

만 3-5세 유아반을 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유보통합으로 인해 유아교육기관에서 요구되는

자격 요건이 상향평준화 될 텐데, 그게 아이들을

위한 길이기도 한데, 보수교육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이것이 정말 교사다운 모습인지는 의문이 든다.

자격을 위해 정당하게 기회비용을 들이고 노력해서

필요한 자격을 갖추는 게 공정한 세상을 보여주는

교사의 모범이 아닐까?




바뀌어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인지를 세상에 맞게 바꾸어 '조절'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지에 바뀐 세상을 '동화'하려

한다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다.

이건 피아제가 살아있던 시절부터 내려오던 진리.



지금까지 오랜 시간 해왔다고 해서, 당연히 자격이

있으니 양성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격을 달라는 건


면허는 없지만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않고 면허를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실제 운전을 잘한다고 해도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는 건 불법이다.

그게 바로 '자격'의 무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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