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드러내도 되는 걸까
질병코드 F329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F로 시작하는 질병코드는 정신질환이다.
자신의 의료기록에 F코드가 남을까 걱정하며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정신질환은 2022년이 저물어가는
현재까지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질환이다.
그저 사람에, 인간에 관심이 많아서 진학하게 된
상담심리 교육대학원 수업은,
나를 성찰하고 배운 내용을 내 심리에 적용해보는
자가 치료의 기회가 되었다.
덕분에 정신질환을 비교적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난 정신질환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저 신경전달물질에, 호르몬에 문제가 생겼을 뿐,
그로 인한 부정적 생각에 부정적 사고가 굳어졌을
뿐이다.
우울증은 그냥 병이다. 미친 게 아니라!
심지어 아주 고통스럽고 무서운 병이다.
아무리 우울증에 대해 많이 연구한 사람일지라도,
피상적인 공감만 해줄 수 있을 뿐!
우울증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예민한 기질로 태어난 탓에 평생을 어딘가 아프며
살아왔다. 수술도 여러 번 해 보았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단연 우울증이 최고
였고,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울증은 자기가 자신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병이다
어쩌면 우울증의 치사율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난 이 병이 너무 충격이었고, 여전히 고통스럽기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고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우울증을 겪지 않거나, 가벼운 수준에서 치료해
적당한 고통에서 넘기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아직 눈에 띄게 나아진 부분도 없고,
이제 겨우 약에 우울이 가려지는 정도이지만!
우울증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정신질환은 무조건 미쳤다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가 우울증을 가진,
심지어 직업이 '유치원 교사'임을 드러낸다.
사실은 드러내면서도 매번 두렵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당당하게 더 드러
내야지' 다짐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덜 잘하는 것이 있고, 더 잘하는 것이 있다.
건강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정신질환자도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각양각색의 사람 중 일부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는 척하면서, 불리해지면 흠잡는 게 아니라!
그저 다양성의 한 종류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당신도 어느날 갑자기, 우울증 환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