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하루는 너무 짧아
요즘 나에겐 부캐가 너무나도 많다
브런치 작가부터 시작해서,
유튜버, 인스타그램 글귀 계정 운영, 책 읽고 독후감
올리기, 취미 발레, 그리고 상담심리학과 교육대학
원생의 역할까지.....!
언뜻 보기엔 '공립유치원 교사'시절 보다 더욱 바빠
보인다.
이런 내가 당연히 이제는 건강해 보일 테니 요즘은
해봄 선생님 복직은 언제 하세요?
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건강해 보인다니 참 다행이고 뿌듯하다.
하지만 화려한 부캐 활동 뒤에는,
우울증에 시들어있는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부캐 활동들도 우울을 잊기 위해, 잠시나마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몸에 무리가 되는 이 부캐 활동들이 나에겐
어찌나 즐거운지!
수익성을 바라지 않고(겸직 금지) 그렇다고 딱히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는 나는
모든 부캐 활동을 취미로 하고 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큰 목적이 없으니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재밌을 수밖에!
과정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마치 놀이의 자율성이 아이들이 놀이에 몰입하도록 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성인인 내겐 부캐 활동이 마치 놀이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놀이치료'다.
하지만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이 부캐 활동들을 걱정하곤 한다.
혹시 몸에 무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그냥 쉬는 게 좋지 않겠냐며...!
틀린 말은 아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게 사실이다.
나의 화려한 부캐 활동 뒤에는 무언가 활동을 하면
반드시 몸에 힘을 빼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워서 혹은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세상이
멈춘 듯 가라앉아 쉬어야 한다.
그런데 이 쉬는(아픈) 시간은 전혀 즐겁지 않다.
그저 중간중간 쉬어 줘야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까!
그 소박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나에게 기쁨과,
언젠가는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니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딱 반쪽이다.
나머지 반은 쉬어야 하는, 몸의 힘을 아껴둬야 하는,
약을 먹고 흐릿한 정신과 몸을 풀어두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어쩌면 하루에 반쪽만,
때로는 하루의 반쪽도 무리여서 며칠 씩 통째로
쉬어야 하니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나는 내 부캐 활동이 소중하고 놓칠 수 없다.
주어진 시간이 적으니 더 소중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