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터지게 웃을 일은 없지만 평안해.
벌써 휴직을 하게 된 지 아홉 달 째이다.
그리고 진단을 받고 복약을 시작하고,
상담 치료를 받은 지 1년 1개월이 지났다.
어느덧 유치원에선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끝나가고,
내년도 입학할 원아를 모집하고 있다.
내가 유치원을 떠난 9개월,
유치원에서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9개월 동안 소속 유치원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이 스치거나, 혹은 휩쓸었을 거다.
내 삶은 9개월 동안 얼마나 변화했을까?
머릿속에는 여전히 유치원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지만, 내 하루에는 유치원의 흔적이 사라졌다.
유아교육을 애정 하고, 가치롭게 여기고,
여전히 유아교육 자료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유치원 교사로 돌아갈 자신은 없다.
어쩌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진단받고 휴직하기까지 유치원 근무를 결정했기에,
나는 최초 진단 후 4개월이 넘는 시간을
최소량의 약물만 복용하며 '버텼다'
휴직을 시작한 이후, 본격적인 약물 치료를 시작!
증상에 걸맞게 약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
그렇게 내 몸과 뇌도 함께 치즈처럼 늘어져버렸다.
이제 완전히 나아 약을 아주 많이 줄일 때까지,
원래의 체력과 뇌기능은 기대하지 않는다.
9개월이면 충분하다 여겼는데,
이제 겨우 약물로 증상을 누를 수 있는 셈이니
아직도 한참을 더 아파야 한다.
어쩌면 깨끗한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오랜 세월 나를 돌보며 살아가야 할 지도...!
그렇게 결국 내 몸과 마음은 아직도 여전히,
오히려 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언제가 더 행복했니?
라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 기능을 해내지 못하는 몸과 마음이지만
유치원이 없는 이 삶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그립기도 하다.
배가 찢어질 것처럼 웃게 해 주던 아이들,
아이들을 생각하며 준비한 것들에 누구보다 기뻐해
오히려 날 더 기쁘게 만들어준 반응들,
화에 사로잡힌 나를 정화시켜주던 천사 선생님들,
하지만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아프더라도,
나아질 가능성이 희미할지라도,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라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지금이 훨씬 좋다.
이제 내 안에 화염에 휩싸인 불길은 없다.
즐거운 큰 이벤트도 없지만 힘든 재앙도 없는
평안하고 무난한 이 삶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