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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Sep 14. 2022

당신 왜 정신병인지 알겠네요

이 말을 입 밖에 내뱉는다고...?

세상을 살아가는 진리로 항상 언급되는 점이 있다.

바로, " 약점을 함부로 드러내지  "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안 하려고 노력한다.

현실은 내 맘에 쏙 드는 사람 앞에서는 다 이야기해버리는 허당이지만....!




나는 우울증이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이걸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난

우울증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직접 우울증에 걸리기 전만 해도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먼저 드러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우울증은 상상 이상의 굉장한 고통이고

내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보듬어 치료해야 하는 엄청난 병이었다.

평생 할 고뇌를 우울증 시기에 한방에 한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연예인들,

자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소년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상태와 무게와 좌절감들,

이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울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교사이면서 상담사이고 작가'를 꿈꾸는 나에겐

엄청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다.

우울증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병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받아서 생기는 병이고,

우울증으로 가장 망가지는 건 자기 자신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증상의 정신질환은 따로 있다.



그래서 거리낌 없이 '우울증'을 겪고 있음을 말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고, 우울증은 자신을 망가뜨리는 병이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움츠릴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까!!!






우울증이 있다는 점을 1년 가까이 밝히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

해봄 샘  정신병인지 알겠네요



................ 화가 나고 기분이 나쁜 건 다음 일이었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사람이 기초 없이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걸 입밖에 내뱉는 사람이 있다고....?"

"이렇게 기본적인 인류애가 없을 수도 있구나!!"

"타인존중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 당연히 자기 존중도 못할 안타까운 사람이구나"





놀라웠다. 컬처쇼크.

나는 사실 그분을 평소에 싫어해왔고, 싫은 티를 거의 온몸으로 냈다. 어제는 대놓고 싫은 소리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그저 분석대상 인간일 뿐이지 크게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고,

이미 업무 상의 언행만으로도 할 말이 많기 때문에

업무상 태도와 언행에 대해서만 싫은 소리를 했다.

그래서 미안하지 않았고,

예의상 미안하다는 말도 안했다. 안 미안하니까!





그런데,

 "해봄   정신병인지 알겠네요"

라는 말을 들은 순간




 사람에 대한 모든 화가 사라져 버렸다.

'아 당신의 밑바닥은 상상 이상이군요, 그동안 갈등과 대화를 이어가려던 제 노력은 헛발질이네요. 당신과는 갈등도 할 수 없겠네요'라는 생각과 함께.


그분은 언성을 높이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나에게 그저 '폭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분의 말에 반박 및 상황설명을 하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화가 나지 않아서 화내시는 걸 들어드렸다.

사실 창 밖 보며 바깥 구경했다.




아마 내가 같이 화내지 않고 너무나 차분해서,

그분은 전화로 쏟아내시고 더 화가 나셨을 것 같다.




이 상황에, 교사인 나 조차도 그분이 '교사'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실례를 범할 뻔했다.

"저분 학급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정말 외롭고 힘들겠다. 불쌍해."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위험한 생각이다.


교사 자질이라는 것은 교사 자신만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면 그분께 실례인 것이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나 자신이 기특했다.




오늘의 나는

그분의 폭언에 상처받아 울지도 않았고,

순간 뇌리를 스쳤던, 아무리 미워도 교사에게 해선 안 되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의 밑바닥을 확인하게 되어,

그분에 대한 화와 미움과 원망이 다 사라졌다.



 김해봄 많이 튼튼해졌네...?
역시 우울증 1 겪더니 아픈 만큼 무언가 
배우고 성장하긴  모양이다.
기특해  자신 
그리고 이젠  끝났으니 내려놓자.

그래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다른 선생님들께:)

업무상의 내 싫은 소리와 재촉과 잔소리가 혹시나

스트레스가 되었을 수 있으니,

한 명씩 연락해 사과할 예정이다.



"선생님, 제가 아무래도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더 부드럽게 표현하지 못한 건 제 부족함입니다. 불편하셨다면 정말 미안해요.....!"라고!!!


왜냐면 이분들껜 진심으로 미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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