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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Jan 14. 2023

"아이들 너무 예뻐하지 마"

그래야 살아남는다

교사로 살아남기 위해 전해지는 비법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 주지 말아라

생 초임 시절 처음 들었을 때에는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 저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뼈저리게 이해한다.


교사로서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들을 일로 여기는 것'이다.





"아이들을 그저 일로 여긴다고?"

이 문장을 읽는다면 마음이 철렁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부모님들!


하지만 아이들을 일로 여긴다는 건

그다지 부정적인 건 아니다.

교사의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지지해 주는 것,

결국은 아이가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오히려 자식처럼 여기며 아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모른다면 때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기 어렵기에,

아이들을 교사의 일로 여긴다는 건 오히려 본질적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저는 아이들을 100퍼센트 일로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선생님 중에서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분은 본 적이 없다.

비록 아이를 내 자식처럼 여기지는 않더라도...!





교사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은 애초에 다르고,

내 자식처럼 한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 주어버린다면, 교사는 다치고 만다.

그건 부모의 역할이니까! 선을 넘은 것이니까!


유치원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난감한 일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고 아무리 교사가 아이를 자식처럼

여긴다고 해도 아이는 부모 편 부모는 아이 편이다.

이게 세상의 진리고, 천륜이고, 당연한 것이다.

아이에게 한없이 마음을 다 준 교사는 결국 최선을

다한 결과로 상심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교사는 아이에게 부모만큼의 위치를 차지할

수 없고, 그게 건강한 아이의 모습인데 말이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게'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교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랑으로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의 이미지는

부모의 역할까지 교사가 해주기를 바라는

허상이다.

교사는 절대 부모가 될 수 없다.

교사가 맡고 있는 아이가 한 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반 아이들 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개별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전문가적 시선으로

파악하고 따뜻한 태도로 지원해 주는 것,

이것만으로 교사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교사의 역할만으로도 교사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어쩌면 선배님들의 "아이들 너무 예뻐하지 말아라."

라는 충고는

"너는 교사지 엄마가 아니다. 전문가답게 행동해라"

라는 따끔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초임 시절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 조언을

해 주신 선배교사님께 참 감사하다.


덕분에 연차가 높아질수록,

나는 '교육자'라는 정체성을 새길  있었다.

물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세상에서 유치원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이 돌보미일 뿐이지만!




솔직히 모든 교사가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충실한

것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아이들을 '교육자의 일'이 아닌

 '행정업무'정도의 일로 생각하는 교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유치원 교육현장엔 교사로서 아이들을

'교사의 일'로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적어도 내 주변 선생님들은 그랬으니까.


교실에서 하루 종일 지지고 볶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정이란 게 피어나, 이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보내고 싶었다.

이게 교사로서 아이들을 일로 대하는 

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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