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보면 다를까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건반을 만져 보았다.
쉐어하우스 명예 가족 언니가 일하는 카페에서...!
조율이 되지 않았는지 음이 맞지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말 오랜만에 건반을 눌렀다는 것.
피아노를 보고
"피아노도 있네, 이거 쳐봐도 되나요?"
나도 모르게 물었고
손톱 등으로 건반을 촤르르 밀어 글리산도를 했다.
분명 진짜 피아노였다.
사실은 내 방에도 피아노가 있는데,
휴직을 하고 열어보지 않았다.
'피아노를 쳐 봐야지' 마음은 무수히 가득했지만
정작 내 손으로 내 피아노 뚜껑을 여는 일은 없었다.
한 번 글을 쉬게 되면 그 쉼이 길어지는 것처럼
피아노도 그랬다.
어느새 피아노를 회피하는 나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악기에는
좋았던 추억, 피나는 노력,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 정체성을 찾는 실마리
지난날의 모든 복잡한 일과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막상 연주를 해보니 머리는 기억 못 해도
손이 기억하고 있는 곡들도 있고,
손이 기억하지만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 볼까?
이번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면
정말 취미로, 일의 연장선이나 전문성 증진이 아닌
오롯이 즐거움으로 피아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피아노 연주도, 감상도 좋아하지만
'피아노를 수업에 적용하는 음악교수능력이 탁월한
교사'가 되기 위해 기계적으로 연주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피아노가 즐겁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취미에서 멀어졌다.
만약 다시 취미 피아노를 시작해 본다면
즐겁게, 취미로, 예전 같은 의무감 없이 가볍게
해 볼 수 있을까?